<앵커>
기업의 탄소 감축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저탄소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이 저탄소 인증을 버젓이 받고 있어 인증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세만 환경 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사가 한창인 건설 현장, 커다란 파이프를 통해 골재와 섞인 시멘트가 쏟아집니다.
이렇게 공공에서 시행하는 공사에는 시멘트 같은 건축 자재도 저탄소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섞어 쓰도록 의무화됐습니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시멘트의 탄소 배출량을 확인해 봤는데 결과가 예상 밖입니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9개 중에 4개가 동종 평균치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았습니다.
평균보다 높은 탄소 배출량 제품이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는 건데 인증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행 기준은 같은 제품군의 평균 탄소 배출량보다 낮거나 또는 3년간 배출량을 3.3% 이상만 줄이면 저탄소로 인증합니다.
[한정현/넥스트 책임연구원 : 두 가지 중에서 기업이 자신한테 유리한 걸 선택해서 인증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동종 평균 배출량) 기준보다 탄소 배출이 훨씬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제품으로 인증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강 제품 상당수는 인증에 필요한 최대 배출량 허용 기준조차 없습니다.
기준을 잡으려면 동종 품목의 배출량 비교가 필요한데, 독과점 품목이 대부분이라 국내에선 비교가 어렵다는 겁니다.
[김익/스마트에코 대표 (저탄소 인증 설계) : 해외에서 우리와 유사한 기술을 갖고 생산하고 있는 (철강) 기업의 (평균 배출량) 데이터를 받아서 모집단을 늘려야죠. 모집단을 늘려서 기준선을 다시 잡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런 허술한 인증 기준은 해외 기준에 못 미쳐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경쟁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음 달부터 유럽의 탄소국경세가 시범 시행되는데, 향후 철강 분야에서만 연간 1천700억 원의 탄소세를 추가 부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박현철, 영상편집 : 황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