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달리던 택시에 불…대형사고 막은 어린이집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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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 들고 불이 난 택시로 달려가는 어린이집 선생님

어린이집 선생님이 도로를 달리던 중 불이 난 택시의 초기 진화에 나서 대형 사고로 번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도로를 달리던 택시가 갑자기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불이 붙은 채 주행하던 택시는 자욱한 연기를 뿜으며 50m가량을 더 달린 뒤에야 길가에 멈춰 섰습니다.

아이들을 하원시킨 뒤 통학버스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돌아가던 교사 변지원 씨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통학버스를 세운 뒤 버스 안에 비치돼 있던 소화기를 들고 불이 난 택시로 뛰어갔습니다.

변 씨는 자욱한 연기를 마시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화기 1개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검은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며 불은 점점 번졌고, 택시가 LPG 차량이었던 탓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할 것 같다"고 소리치며 대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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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를 빌려달라'며 주변 상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이집 선생님

하지만 변 씨는 자리를 피하지 않고 도로 가운데 서서 "소화기 있는 사람 좀 빌려주세요. 택시에 불이 났어요"라고 목청을 다해 외치며 주변 상가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상인들이 하나둘 나와 변 씨에게 소화기를 건네줬고, 소화기 여러 개를 사용해 불길을 잡던 중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습니다.

이번 화재는 기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변 씨와 주변 상인들이 힘을 모아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변 씨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화재를 진화하던 모습은 어린이집 통학버스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제보자 A 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혼신의 힘을 다해 초기 대응을 잘하신 덕분에 LPG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번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어린이집 안전교육을 통해 소화기 사용법을 숙지했지만, 실제로 소화기를 써 본 것은 처음"이라는 변 씨는 "소화기를 7개 정도는 쓴 것 같다. 직접 연기를 마시면서 불을 끄는 게 쉽지 않았다"면서 "소방대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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