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가 때로는 어떤 사안의 성격과 의미를 규정하기 때문에 용어를 정하는 게 중요한데요,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면 용어가 더욱 중요하죠. 일본이 방류하는 원전 오염수를 국민의힘은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 발 물러서 있고요.
국민의힘이 오염수 방류 일주일을 맞아 용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을 보면 오염수와 관련된 과학적 수치들이 발표되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하거나 괴담을 불식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민주당은 전남 목포에서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대회'를 열었는데요, 부정적 어감이 있는 '핵오염수'라는 용어가 많이 쓰였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더 부정적인 어감의 '핵폐수'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오염 처리수로 바꾸겠다"는 여당 의원들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명칭을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수협·급식업계 간 수산물소비 상생 협약식'에 참여했는데요, 행사 뒤 기자들에게 "(용어는) 오염 처리수가 맞는다", "위원장인 내가 썼으니까 이미 우리는(당은) 공식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기자: 정부나 당 차원에서 용어를 제대로 정리하겠다는 것인가요?
▶ 성일종 의원: 위원장인 내가 썼으니까 이미 우리는 공식화했다고 봐야지. (중략) 정치 공세를 하기 위해서 오염수라고 부르고, 핵폐수라고 부르는 거죠. 핵폐수라고 불렀을 때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떻겠어요? 말이 안 되는 거죠.
오늘(30일) 협약식에서 수산업계는 아예 '오염'도 빼고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우리 어업인은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오염 처리수'로 용어를 공식화하겠다며 업계 주장에 힘을 보탠 겁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오염수 관련 용어는) 이제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용어 문제를 이슈화했습니다. "저쪽(일본)에서 오염된 걸 처리해 방류하는 거니까 오염 처리수 사태라 불러야 할 것이다", "오염 처리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쓰는 공식 용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국제적으로도 'treated water'(처리수)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보이긴 했지만 "당에서 공식 입장을 정하고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김 대표의 발언을 보면 국민의힘이 확정적으로 용어 변경을 공식화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건 아닌 듯합니다.
한덕수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정부는 오염수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정부가 총체적인 용어를 전환하는 단계는 아니다", "총칭할 때 오염수라는 표현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했는데요, 용어 변경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구연 차장이 밝혔듯이 정부가 아직은 용어 변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 총리는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야기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 저는 이것이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지금 이거 용어 문제 정부에서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될 거 아니겠습니까?
▶ 한덕수 국무총리: 검토를 해 보겠습니다. 이것은 마치 지금 오염수가 방류되고 있다. 이것은 핵폭탄과 같다. 그 논리는 전혀 안 맞는 거죠.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처리된 그 오염수가 방류되는 겁니다. (중략) 정확히 얘기하면 과학적으로 처리된 오염수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