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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각자 다른 '평행 우주'에 살고 있는 여야 지지자들과 함께 맞이할 내년 선거

[뉴스페퍼민트] 박빙이 예상되는 '평행 우주' 미국 선거를 앞두고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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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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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기소됐습니다. 선거에서 패한 뒤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막으려고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음모를 꾸며 국가에 해를 끼친 혐의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 제목

에서 지적한 것처럼 나라를 배신한 죄에 해당한다고 썼습니다.

혐의로 지목된 일련의 계획과 행동, 발언이 워낙 방대한 만큼 기소장을 분석하고 앞으로 일정을 정리하며, 정치적인 파장을 내다본 기사와 칼럼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기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데자뷔가 오지 않으시나요? 그럴 만도 합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를 수사하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고, 수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보니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혐의가 쌓일수록 함께 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정치 후원금이 그렇고, 트럼프의 지지율도 그렇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은 둘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기소가 추가될 때마다 "부정하게 내 승리를 빼앗아 간 바이든이 다음번 선거에서 나한테 질까 봐 두려워서 정치적인 음해와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말에 격렬히 반응합니다.

정치적 양극화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양극화는 훨씬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칼럼니스트 토머스 엣살이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는 서로 다른 평행 우주에 산다"

고 썼을 정도입니다. 검찰이 트럼프를 기소할 때마다 트럼프가 마땅한 죗값을 치른다고 믿는 사람들과 이는 전부 다 날조된 정치적인 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대선을 15개월 넘게 남겨둔 시점에 치른 이른 여론조사 결과도 바이든과 트럼프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원래 오늘은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치적 양극화 탓에 내년 미국의 대선 구도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저지른 잘못이 낱낱이 밝혀져봤자, 그 충격파는 지지 정당을 갈라놓은 선을 넘지 못한다는 글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글도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가 워낙 전례 없는 말과 행동을 일삼은 특이한 인물이긴 하지만, 미국은 원래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가 서로 팽팽히 나뉜 나라입니다. 또 최근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트럼프도, 바이든도 다 싫다는 부동층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는 아직 대선이 한참 남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더 싫어하는 후보의 승리를 막기 위해서라도 차악에 투표하는 결집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어느 선거에서든 한 후보를 찍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 바이든을 찍은 유권자들이 모두 공유하는 생각이 없듯 트럼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를 찍었다고 그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나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말입니다. 특히 뉴욕타임스 독자들 다수는 트럼프 지지자나 매번 공화당을 찍는 지역을 향해 알게 모르게 이런 편견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 테네시주 내쉬빌에 살며 미국 남부의 동식물, 정치, 문화에 관해 칼럼을 쓰는 마가렛 랭클이 바로 이 점을 지적한 칼럼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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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별의별 이야기와 고정관념이 넘쳐나는 지역 - 남부에서 진실을 전하기

사람은 복잡한 존재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어떤 지역이나 공동체, 집단의 특징을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고, 선거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지 모르는 말이지만, 중요한 통찰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고,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다른 의견을 내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랭클은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지적한 미국 남부를 향한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은 분명 실재합니다. 제가 남부에 살아보지 않았다면 저도 편견인 줄도 모르고 편견을 지닌 채 살았을지 모릅니다. 버지니아주 샬롯츠빌과 랭클이 사는 테네시주 내쉬빌에 합해서 고작 4년 산 게 전부지만, 그 덕분에 저는 적어도 어떤 생각이 들 때 이건 내 안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나쁘다는 걸 알아도 편견을 버리기는 쉽지 않아서 편견 없이 살고 있다고는 말할 수가 없지만요.

대신 매우 제한적인 저의 경험을 토대로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남부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죄다 덮어놓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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