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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동지이자 절친' 푸틴의 위기를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을 시진핑

[뉴욕타임스 칼럼] By 라이언 하스


오프라인 - SBS 뉴스

*라이언 하스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국 정책 자문으로 일했다.

10년 전 시진핑이 중국 권력의 정점에 올랐을 때 그는 아마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서방 중심 세계 질서에 깊은 반감을 품은 강력한 지도자, 곧 자신과 뜻이 같은 동지로 생각했을 거다.

시진핑과 푸틴

은 권력을 향한 도전과 위협을 편집증에 가깝게 제거해 온 점에서도, 철권통치를 휘두르면서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신의 권위주의 정권을 정상으로 포장하고 선전하려 애쓰는 점도 닮았다.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나의 가장 친밀한 친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에서 쿠데타를 기도한 사건이 일어난 뒤 푸틴 대통령을 향해 건 시 주석의 거대한 도박은 어느 때보다도 불안해 보인다.

우크라이나를 순식간에 점령하려던 러시아의 전쟁 계획은 작전대로 진행된 것이 거의 없다. 지난달 용병으로 구성된 민병대이자 준군사 조직인 바그너 그룹의 사령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일으킨 반란은 대대적인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푸틴이 직면한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핵 보유국 러시아는 이미 과거의 영화나 그리워하는 힘 빠진 나라로 전락했고, 푸틴의 권세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이제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완전히 내팽개칠 수도 없다. 시진핑은 이미 두 지도자의 관계에 많은 공을 들였고, 러시아는 여전히 중국에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그렇다 해도 서방 세계를 긴장하게 할 만큼 돈독하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시진핑이 전 세계에서 미국의 힘을 앞지르겠다는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힘 빠진 러시아, 떨어진 푸틴의 위상을 고려해 중국의 외교 정책을 다시 짜야한다. 심각한 역효과를 자초한 푸틴의 전쟁을 끝낼 수 있도록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고, 대만, 미국과는 지나친 대립 구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시진핑과 푸틴의 관계가 냉각된 징후는 이미 여러 군데서 드러났다. 중국 정부는 바그너 그룹이 쿠데타를 선언했을 때 이는 어디까지나 "러시아 국내 문제"라며,

소극적인 태도

를 취했다. 중국 국영 언론이 이번 사건을 보도한

기사

들을 보면, 예전과는 톤이 다르다. 시진핑은 이제 푸틴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서 얻을 것이 별로 없다. 당장 중국 내에서 세계정세를 읽는 시진핑의 판단력에 의문 부호가 붙을 것이다. 푸틴이 여기서 더 패퇴하거나 무너지면 푸틴을 지지했던 모든 사람들은 더욱 난처해질 수도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태도와 기조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지금껏 중국은 다소 공허한, 반쪽짜리 평화를 촉구해 왔다.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전쟁을 강행한 러시아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반쪽짜리 평화다. 러시아는 늘 미국과 서방이 주도하는 나토의 확장에 맞서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많은 나라가 일축해 온 이 주장을 중국이 수용하는 바람에 러시아는 명분상 큰 힘을 얻었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무역을 크게 늘려 서방 세계가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의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해주기도 했다.

물론 그동안

중국 지도부

안에서도 푸틴이 벌인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은 꽤 복잡 미묘하게 갈렸다. 처음에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나면 그동안 특히 아시아에서 중국을 사사건건 견제하는 데 집중해 온 미국의 시선이 유럽으로 분산되지 않을지 내심 기대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과 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중국을 둘러싼 거대한 전선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왔다. 최근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에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똘똘 뭉쳐 장벽을 쌓고 있다.

푸틴은 상황이 어찌 됐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을 치른다. 그러나 중국은 점점 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이해하게 됐다. 끝나지 않는 전쟁에서 시간은 러시아 편이 아니고, 지지부진한 전쟁은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마저 빛바래게 한다는 사실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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