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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국내 최대 마약 치료 병원에 가보니…"사명감? 뛰느라 못 느낀다"

[마약팬데믹] ⑬ 10대 마약 투약자의 '유일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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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살로 꽁꽁 가려진 곳... 10대 투약자들의 24시간 치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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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허리춤에 달고 있던 키로 창살문을 열고 들어가니 계단 끝에 또 다른 창살문이 기다립니다. 창살 사이로 앳된 어린아이부터 중년 여성까지 환자복을 입고 줄지어 걸어갑니다.

국내 마약 투약자들, 특히 10대 20대 투약자들 사이에 가장 유명한 인천참사랑병원 '폐쇄병동'입니다. 개방병동, 폐쇄병동을 포함해 총 260개의 병상이 있는 이 병원엔 현재 약 40개의 마약 지정 병상이 있습니다. 국내 10대와 20대 마약 중독자들이 가장 많이 입원하는 병원이기도 합니다. 낡은 창살 넘어 치열한 치료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내가 교도관인지 간호사인지..하루에도 수십 번씩 헷갈려요

"외출 나갔다 오셨죠, 잠시만요"

취재진이 직원을 인터뷰하던 이날 오후에도 옆에선 불시 소지품 검문이 이뤄졌습니다. 외출을 다녀온 마약 투약 환자가 혹시 마약을 숨겨 들어오지 않았을까 대비하기 위한 소지품 검사였습니다.

덩치 큰 남성 환자를 데리고 행정실로 들어가는 간호사의 모습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노련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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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신병원과 달리 인천 참사랑병원의 간호사들은 '이것'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로, 소변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보호관찰소 등에 보낼 환자들의 마약 감정 소변을 받기 위해, 그것도 '바꿔치기' 방지를 위해 환자 바로 앞에서, 무기한 기다려야 합니다. 소변을 내놓기 싫다는 환자들을 몇 시간 동안 설득하는 일은 일도 아닙니다.

두 번째로, 창의력을 발휘해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야 합니다. 외출이나 외박을 다녀온 마약 투약 환자들 중엔 기상천외한 곳에 약물을 숨겨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속옷부터 시작해 상상할 수 없는 곳에 '약'이 숨겨져 있습니다. 단순히 약을 찾는 일이 아닙니다. 인내를 갖고 마약을 끊은 환자들이 잠깐의 유혹으로 다시 '마약'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필사적 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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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님 기력 없다고 수액 맞고 싶다 했대요. 00로 가고 싶다고도 했대요"

세 번째로, 마약 투약 환자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200%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병원 간호사들이 바이탈 등 기본 수치 중심으로 인수인계를 할 때 이곳 간호사들은 투약 환자들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말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하나하나 기억해 인수인계합니다. 쉽게 돌변하는 마약 투약 환자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나기 십상입니다.

네 번째로, 혼자 야간 당직을 설 때 마약 투약 환자들의 돌발 행동에 놀라지 말아야 합니다. 이곳 의료진들의 팔은 긁힌 흔적들로 성하지 않습니다. 안경다리 부러짐 사고는 가장 흔한 일 중 하나입니다. 환자들끼리 싸움이 붙거나 '단약'을 하던 중 금단 증상이 왔을 때 가장 먼저 개입하고 중재할 수 있는 이들이 의료진이기 때문입니다.

마약병동 도전했다 물러나는 간호사들

"사실 다음 달에는 원장님한테 병동 하나를 닫아야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려야 될 지경이 됐거든요."

국내 마약 치료 전문가나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곳에 오는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사명감이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의지를 갖고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최근 두 달간 15명이 일을 그만뒀습니다. 전체 간호사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한 병동을 책임질 수 있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한 병동을 바로 없앨 수 없으니 현재는 2교대 근무로 겨우 병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0대 마약 투약자에겐 '유일한 희망'

"여기에 바로 입원을 했어야 하는데.."

10대 마약 투약자 부모의 말입니다. 지난달 급하게 입원이 필요했던 10대 마약 투약자는 자리가 없어 인근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 10대 투약자의 부모가 취재진에게 안타까운 목소리로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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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열악한 병원이 현재 우리 사회 10대, 20대 마약 투약자들에겐 거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매년 4천 명 이상 마약사범이 검거되는 서울에는 마약 치료 병상이 '0개'입니다. 정부가 마약 치료, 재활병원으로 지정한 곳은 21곳인데 실제 운영되는 곳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창녕의 국립부곡병원 2곳뿐입니다. 대구 대동병원에서도 최근 치료를 시작했지만 수도권 병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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