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에 다들 뭐 하셨습니까.
태어나지도 않으셨다고요?!? 그러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당시 이미 태어났을 뿐더러 심지어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클럽 이름은 '빵'이었고요. 그 '클럽 빵'은 지금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 있지만 그 당시에는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에 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브라질 밴드 세풀투라 유(類)의 스래시 메탈(thrash metal) 장르에 심취해 기타를 후려치던 그 시절 저의 모습이 어땠을지는 아마 제 프로필 사진에서 어렴풋이나마 유추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왜 25년이나 지난 1998년 이야기를 지금 꺼내냐고요. 제가 먼저 꺼낸 거 아닙니다. 1998년 이야기는 뉴진스가 먼저 꺼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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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유튜브 공식채널에 6월 19일 공개된 미니 2집 'Get Up'의 티저 영상
오락실 게임 같죠? 맞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귀요미 왕눈이 캐릭터들은 '파워퍼프 걸(The Powerpuff Girls)'입니다. 1998년 미국의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을 시작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죠. '1998년'은 2022년에 데뷔한 2004년생~2008년생으로 구성된 신인 그룹 뉴진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뜻밖에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1998' 이 숫자를 새기며 아래 영상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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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Ditto' Official MV (side A)
잘 감상하셨나요? 올해 초 발표돼 1분기 가요 종합차트를 완전히 집어삼켰던 'Ditto'의 뮤직비디오는 그 시대적 배경이 바로 1998년으로 추정됩니다. 곡 제목 'Ditto'에는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의 드미 무어 대사가 묻어있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소품과 배경을 종합해 보면 포커스는 '1998'로 좁혀집니다. 뮤직비디오에 널린 수많은 추억 코드들이 보이시나요. 서랍에서 VHS 테이프를 찾아 브라운관 TV 아래 놓인 비디오 플레이어에 넣는 도입부부터 저 같은 '20세기 소년'은 말초신경이 저릿해 옵니다.
접이식 캠코더, 세로형 투 도어(two-door) 냉장고, 철제 캐비닛, '피크닉 사과맛' 음료…. 소품뿐 아닙니다. 수돗가 장면은 어떤가요. 그해 개봉한 귀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위대한 유산'이 떠오릅니다.
1998년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유명한 수돗가 장면이 연상되는 분도 있겠군요. '여고괴담'은 어떤가요. 학교를 배경으로 여학생들 간의 우정을 은밀한 분위기로 담아낸 그 작품, 한국 공포영화의 물줄기를 바꾼 그 역사적 영화가 개봉한 것도 1998년이었지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8번 출구 앞에 있었던 그랜드 백화점(현 그랜드 플라자)에 극장이 있었는데 아마 저는 거기서 봤던 것 같습니다. 전설의 '점프 컷'이 나올 땐 20세기 소년소녀들의 비명 소리가 상영관 안을 가득 채웠더랬지요. (먼 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