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교생들 덕분에 빛의 속도로 63년, 먼 우주에서도 한글 이름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현지시간 7일 국제천문연맹(IAU)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외계행성 이름 짓기 공모전'에서 동덕여고 이지우·김수민·김도연(17) 학생이 제안한 '마루'와 '아라'라는 이름을 외계행성의 명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제안한 이름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관측 대상인 항성 'WD 0806-661(마루)'과 외계행성 'WD 0806-661 b(아라)'에 각각 붙으며, 앞으로 과학적인 명칭과 함께 고유명사로 영구적으로 사용됩니다.
이제 '마루'와 '아라'라는 이름이 붙여진 'WD 0806-661(마루)'와 외계행성 'WD 0806-661 b(아라)'는 지구로부터 약 63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약 9조 4600억㎞) 떨어진 WD 외계행성계에 위치해 있으며, 남쪽 하늘 별자리인 날치자리에 자리합니다.
해당 항성과 행성의 사이에는 태양과 지구 간의 평균 거리(약 1억 5000만㎞)를 뜻하는 'AU(Astronomical unit)'로 표기할 때 약 2500AU의 거리가 있으며, 항성 'WD 0806-661(마루)'은 태양 질량의 약 0.6배, 외계행성 'WD 0806-661 b(아라)'는 목성보다 약 8배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10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해당 공모전에서는 총 91국, 603건의 명칭이 제안됐으며, 한국에서는 예선을 통해 접수된 32건의 이름 중 최종 대표 한 팀과 예비 후보 두 팀이 명칭을 제안했습니다.
이들 학생들은 "항성과 외계행성 이름으로 하늘이 연상되는 단어인 '마루'와 바다가 연상되는 단어인 '아라'를 제안해, 천문학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라며 해당 명칭을 제안하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데브라 엘메그린(Debra Elmegreen) IAU 회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학생과 교사, 천문학을 좋아하는 일반인 그리고 천문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고 참여해 모두의 밤하늘이라는 IAU의 임무를 실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에릭 마마젝(Eric Mamajek) 외계행성 이름 짓기 공모전 운영위원회 의장은 "발견되는 행성의 수가 늘면서 우리 태양계 행성들과 같은 이름의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 공모전에서 전 세계인들의 창의력이 모여 외계행성에 뜻깊은 이름들이 명명돼 감회가 새롭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IAU는 2015년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름 짓기 공모전을 실시했으며, 2019년 공모전에서는 경찰관 채중석 씨가 제안한 '백두'와 '한라'라는 이름이 외계행성계 이름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