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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버핏은 왜 테슬라 주식을 사지 않을까…애플은 맞고, 테슬라는 틀리다?

[경제자유살롱] 연평균 20% 수익률 자랑하는 버핏의 투자 기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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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에게 물었습니다. 일론 머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불가능한 일을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느냐?"

(찰리 멍거도 동의했습니다. "버핏과 나는 좀 더 계량 가능한 일에 집중하고 싶다")

버핏에게 또 물었습니다. 전기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애플이 5년, 10년 후에 어떨지 상상이 된다. 그런데 전기차는 5년, 10년 후에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2023년 5월, 미국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Q&A에서 오간 이야기입니다. 일론 머스크와 버핏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잘 알려져 있죠. 그래서일까요? 버핏은 일론 머스크도 이해하기 힘들고, 전기차의 미래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대답했습니다.

정작 본인은 전기차 회사에 투자하고 있으면서, 왜 모두가 미래라고 하는 전기차에 대해 이런 대답을 했을까요? 버크셔 주주총회에 직접 다녀온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를 '경제자유살롱'에 모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첨단 테크 기업에 대한 노련한 투자 기준'을 들어봤습니다. 워런 버핏과 그의 평생 친구 찰리 멍거는 각각 94세와 99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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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뉴욕 상류층은 전기차를 좋아했다.

20세기 초 뉴욕 거리에는 3종류의 자동차가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증기기관 자동차, 내연기관 자동차, 그리고 전기차였습니다. 전기차 역사가 100년이 넘은 겁니다. 1881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최초로 전기차가 사람을 태우고 시연을 했고, 그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1890년~1900년 사이에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당시 전기차에 대한 기록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증기기관 자동차나 초기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냄새가 나지 않아 뉴욕의 상류층,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입니다.

전기차의 보급률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1900년을 기준으로 40%가 증기자동차, 38%가 전기 자동차, 22% 내연기관 자동차였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33,842대의 전기자동차가 등록되어 있었다는 기록도 있고, 뉴욕에서는 50%가 전기차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0세기초. 냄새 많이 나는 증기자동차 대신 깨끗한 전기자동차가 1등을 차지했다면, 인류의 모빌리티가 시작부터 '친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 즈음에 전기차로서는 안타까운 일이 두 가지 일어납니다.

20세기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대량의 유정이 발견됩니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석유 재벌들이 이때 등장합니다. 기름값이 폭락하게 되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유리한 국면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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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불리는 '생산 혁명'을 통해 아주 저렴한 포드 T –Car를 내놓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배터리 가격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었던 전기 자동차가 차츰 내연기관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합니다. (더구나 그때는 지금 같은 전기차 보조금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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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국 포드사 홈페이지

텍사스의 석유 발견, 그리고 헨리포드의 모델 T 시판. 이 두 사건이 경쟁의 종지부를 찍은 겁니다. 그리고 이후 내연기관 차에 밀린 전기차는 21세기 테슬라가 전기차의 존재를 다시 깨울 때까지 100년을 잠들어 있게 됩니다. (테슬라가 유독 값싼 전기차에 집착하는 건, 바로 이런 '전기차의 슬픈 역사'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런 버핏도 이런 역사를 알 겁니다. 실제로 버핏은 전기차 투자에 관한 질문을 받은 뒤, 바로 헨리 포드 얘기를 꺼냈습니다.

"20세기 초 헨리 포드도 적자를 내고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모르는 것이다"

살펴본 대로 전기차를 밀어내고, 사실상 모빌리티와 현대 산업의 역사를 바꾼 헨리 포드마저도 적자에 쪼들렸다는 겁니다. 1920년대 후반 GM이 성공적인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실제로 포드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버핏의 이야기는, 그만큼 자동차 산업에서 이익을 내는 게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미국 오마하 주주총회 현장에서 이 얘기를 들었던 박소현 신영증권 이사는 버핏의 이야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워런 버핏이 1932년도 GM의 연례 보고서를 읽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연례 보고서를 읽으니까 놀랍게도 그 당시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때도 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동차 산업이라는 거는 정말 이익 내기도 힘들고, 제조업이라는 게 사실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독점의 장점을 강조하는 버핏으로서는 강력한 '경제적 해자(垓子, moats)'가 통하지 않았던 자동차 산업의 역사가 마음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물론 그도 전기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중국 전기차 회사 BYD에 투자해서 2조 원대의 차익을 이미 거뒀고, 이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칭찬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의 대답은 '전기차는 절대 안 됨'이라기보다는 '자동차 산업은 예상이 어려우니 혁신의 과정을 더 지켜본 뒤 더 안전해질 때 투자하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전기차에 대한 정치적 영향'도 함께 들어있다고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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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사실 100년 전부터 있었지만 대중화가 되지 않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서 명멸을 했던 산업이거든요. 내년도에 미국 대선이 있잖아요. 공화당이 정권을 가져가게 되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상당히 있고, 정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들이 친환경 산업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지 않았나라는 느낌을 갖고 있어요. 전기차 같은 경우에도 보조금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 빨리 크지 못했을 겁니다."

테크기업에 대한 버핏의 생각..기승전'아이폰'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테슬라 같은 전기차뿐 아니라 챗GPT 같은 '첨단 기술'과 관련된 질문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버핏은 애플 얘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인데, 애플의 지분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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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포트폴리오 (2023년 3월 기준)

하지만, 돌아보면 버핏의 첫 애플 투자는 남들보다 빠르지 않았습니다. 2016년 뒤늦게 애플에 투자할 때만 해도 "버핏이 테크 투자는 한 발 느리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습니다. 물론 엄청난 투자 액수와 애플 주가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지금은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최고의 애플 투자자가 됐습니다.

박소연 이사는 "(애플에 대한) 투자 판단이 좀 늦었다는 것은 저도 인정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사람들에게 필수 소비재가 되었다라고 생각을 했을 때 들어간 것 같더라고요"라고 평가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안정적인 반열에 올랐을 때 투자하는 것이 '버핏의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겁니다.

버핏은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애플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애플 비중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두 번째 차를 사는 걸 포기하고 대신 아이폰을 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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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다녀온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는 버핏의 애플 사랑을 '브랜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워런 버핏 관련된 캐리커처 상품들을 굉장히 많이 파는데, 저는 그걸 딱 보고서 이 사람이 브랜드를 굉장히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버핏이 똑같은 상품인데도 ROE(자기자본이익률, 사업의 이익률을 측정하는 기준)가 높은 회사의 특질이 뭐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더라고요. 그것이 바로 브랜드였던 겁니다. 코카콜라를 굉장히 좋아하고 맥도날드를 굉장히 좋아하죠. 브랜드력(力)이 사실 ROE를 창출하는 힘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투자하는 기업들을 고를 때 이런 브랜드력을 굉장히 많이 보는 겁니다."

결국 버핏은 테크기업이든 전통산업이든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앞으로의 투자 방향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소연 이사의 전망입니다.

"(경제나 산업의) 어떤 그런 흐름들보다는 애플이 강고한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해서 주력 포트폴리오의 위치를 계속 강화해 나갈 거다라는 전망을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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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게 늦은 게 아니다?.. 버핏의 확신

버핏과 멍거 모두 '첨단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한 쪽입니다. 돈을 잃을 위험성을 가급적 줄이기 위해 해당 테크 기업이 '안정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 방에 크게 사들이는 성향이 강한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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