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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북한에 무기 지원으로 맞불?…러시아 외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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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리를 향해 '전쟁 개입', '적대적 행위'라는 위협적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맞불을 놓겠다고 공개적으로 으름장까지 놨습니다. 대통령실은 '원론적인 발언'이라면서 반발을 진화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러시아 외교가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입니다.

러시아, "전쟁 개입"이어 "적대적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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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 고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로이터 통신 보도)

어제(19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의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내용입니다. 가정이 많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도가 나온 어제(19일) 곧바로 전쟁 개입을 뜻한다며 경고했는데요, 경고 발언은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는게 페스코프 대변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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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푸틴 대통령이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 "이 경우 양국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직접 거론해 무기 지원에 대해 경고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러시아의 두 번째 경고는 크렘린궁 대변인으로 끝나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20일)은 러시아 외무부가 경고에 나섰습니다.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키이우 꼭두각시 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서방과 우리나라를 겨냥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는 키이우 꼭두각시 정권을 우리에 대한 하이브리드 대리전의 도구로 선택한 집단적 서방(서방 동맹)에 대항해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그것이 어느 나라에 의해 이뤄지든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반러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말한 것으로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한반도 주변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처럼 위협도 하고 있는데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언급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SNS를 통해 "그 나라(한국) 국민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우리의 파트너인 북한의 손에 있는 것을 볼 때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며 "그들 말대로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주고받는 대가)"라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밀착을 강화하며 우리 정부를 위협하는 흐름이어서 한러 관계 악화와 함께 한반도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중-러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이 이들 국가를 더욱 결속시키는 양상이네요.

미국은 "한국 기여 환영"

우리나라에 무기지원을 요청해온 미국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인데요,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플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은 국제법, 규칙,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평화 및 안정 유지에 대한 약속을 포함하는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철통같은 동맹을 맺고 있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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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대변인도 "한국은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 수호에 있어 충실한(stalwart) 파트너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취한 경제적 조치는 물론 인도주의적 지원과 에너지망 복구, 다자적 결의에 대한 지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계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러시아가 이미 한국을 교전국으로 간주한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미국과 폴란드에 탄약과 무기를 판매한 만큼 "한국은 이미 러시아의 분노와 적대감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는 거죠.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약 비축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탄약 생산능력도 엄청나다"며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는 게 어렵다면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간접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미국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대러 관계가 딜레마에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도 서방과 보조를 맞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한반도 안보 지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한러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는 거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갈수록 서방과 러시아간 대립 구도가 분명해지면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러시아 외교 딜레마가 더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러시아 반발 진화

대통령실은 러시아의 반발을 진화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우선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가 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어제(19일)와 오늘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다. 인도적 기준에서 국제사회가 모두 심각하다고 여기는 중대한 민간인 살상 등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정적 상황에서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겠느냐, '가정형 표현'을 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것인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향후 러시아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거꾸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고 했는데요, 가정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없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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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적 기준에서 국제사회가 심각하다고 여기는 중대한 민간인 살상 등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런 가정적 상황에서 한국도 어떻게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겠느냐, 가정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러시아 당국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한 것인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거꾸로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내법에 바깥 교전국에 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법률 조항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는데요. 향후 상황에 따른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서고 있는데요,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확대 해석해 정쟁에 이용하려 드는 민주당의 검은 속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SNS에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하면 현재 상태에서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점을 밝힌 것"이라고 윤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해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입장은 그 어떤 곳에서도 '인류사회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 일어나도 대한민국은 팔짱 끼고 가만있어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역시 민주당을 겨냥했습니다.

김민석 "무모·무지한 대통령 처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미국에 치우친 '일방 외교',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일제히 공격에 나섰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의 사기꾼, 양안, 군사 지원 세 마디에 3천만냥 빚을 졌다"고 비판했는데요, 세 마디 실수 가운데 '군사 지원'이 들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군사 지원 문제를 직설적으로 언급해서 대러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부담되지 않을까 정말로 우려된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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