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유족 8년 버텼는데…"날짜 착각" 재판 안 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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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폭력을 호소하다 숨진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던 변호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소송이 취하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딸의 한을 풀기 위해 부모가 8년을 이어오던 소송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하정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박주원 양은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유족 : 페이스북에 폭로, 주원이 조롱하는 폭로글, 그리고 주원이가 막 홀딱 젖어서 오고 사이버 테러가 벌어지고….] 

딸을 대신해 사과를 받겠다며 소송을 시작한 유족.

이듬해 학교법인과 서울시교육청, 가해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들 중 가해학생 부모 1명에게만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유족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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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좀처럼 진척이 없는 소송 진행 상황을 확인하러 최근 변호사를 찾아간 유족은 황당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변호사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아 항소가 취하됐다는 겁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유족 : 한번은 자기가 거기 갔는데 법원 앞에서 쓰러져서 못 갔고 두 번째는 날짜를 잘못 적어놔서 못 갔대요. 저한테 겁이 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민사소송법상 재판 양쪽 당사자가 세 차례 연속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송을 취하한 걸로 간주하는데, 변호사가 재판에 3번 연속 참석하지 않은 겁니다.

[이기철/고 박주원 양 유족 : 내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 사건이 어떤 사건인데 내가 8년을 어떻게 견뎌오고 있는데 이 사건 하나만 바라보면서….]

해당 변호사는 '조국 흑서' 저자로, SNS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권경애 변호사입니다.

SBS는 권 변호사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었고, 사무실 문도 잠겨 있었습니다.

항소가 취하되면서 유족이 더 이상 법적 절차를 밟을 길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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