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M 조병규 부사장 "카카오와 합작? 주 수입원을 '그냥 떼어주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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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엔터테인먼트 조병규(50) 부사장이 SM이 발표한 카카오와의 사업협력협약에 대해서 "SM이 2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투자해온 인력과 금액을 고스란히 카카오에 가져다가 바치는 을사늑약과 다름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2일 SM엔터테인먼트 측이 기업설명회를 통해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콘텐츠 기업인 SM이 향후 지식재산권(IP)·기술 상호협력, 프로듀싱·퍼블리싱 사업 확장을 위한 공동 투자를 통해 "수평적인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조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시한 것이다.

23일 오전, 조 부사장은 SBS 연예뉴스 취재진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SM은 글로벌 음원 유통 총괄로 카카오 엔터의 장윤중 부사장을 추천했다. 사업제휴와 협력을 하는 상대방의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SM은 그동안 SM JAPAN, SM USA를 설립해 길게는 20년, 짧게는 15년 동안 운영해왔는데 그런 경영전략과 노하우를 카카오에 50:50으로 이전하겠다는 의미"라고 반발했다.

또 조 부사장은 SM과 카카오의 합작은 SM의 주 수입원인 음반, 음원, 티켓 유통 등 수익뿐 아니라 SM의 원천 IP에 기초한 2차 콘텐츠 제작 권한을 카카오에 넘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글로벌 유통이 아직 미비한 카카오에 SM의 현재와 미래의 가장 큰 현금흐름과 매출 수익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에 임직원과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SM의 현재와 미래의 주요 사업을 몽땅 카카오에 넘기는 카카오와의 합작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직적 결합"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2021년 3월 SM엔터테인먼트 CRO 전무를 시작으로 사내변호사(General Councel)를 거쳐 현재는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조 부사장은 전직원 이메일과 사내게시판에 올린 임직원 설명문을 통해 현재 SM은 경영권 분쟁상황이며 적대적 M&A 시도를 하는 측은 하이브가 아닌 카카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카카오와의 협력에 대해 "'SM 3.0' 전략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유통망 등을 활용해 사업적 시너지를 강화할 것이며, 카카오의 스토리 영상 제작 역량과 결합을 통한 SMCU(SM 컬처 유니버스) IP의 콘텐츠 영역도 더욱 확대돼 추가 수익화 기회가 증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조병규 부사장은 자신의 입장을 추가로 서면 형태로 정리해 SBS 연예뉴스에 보내왔다.

아래는 입장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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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과 카카오/카카오엔터 사이의 2.7.자 사업협력협약의 문제점

에스엠과 카카오/카카오엔터(카엔) 사이의 신주발행 및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법적 쟁송이 계속 되는 도중, 신주발행계약 및 전환사채발행계약과 같은 날 체결된 사업협력협약의 전체 내용이 법 정 공방 속에 공개되었습니다.

에스엠은 신주발행계약과 전환사채발행계약만 공시하였을 뿐, 사업협력협약의 상세한 내용은 공 시하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카카오 측 역시 그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그간 언론에 산발 적으로 파편적인 내용이 보도되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늘(2.22.) 법정에서 공개된 사업협력협약의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제2조를 보면, 사업협력을 명분으로, 에스엠 이사회는 카카오의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를 등기이사(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하기로 합니다(2.22. 실제로는 카엔의 장윤중 부사장을 기타비상 무이사로 추천). 그리고 카엔의 장윤중 부사장을 미등기 임원, 글로벌 음원 유통 총괄로 선임하기로 하죠. 에스엠에서는 필경 사업협력을 명분으로 투자자를 등기, 비등기 이사로 받는 일은 무수 히 많다고 주장하겠습니다만, 에스엠 역사에서는 단 한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2.22. 주주총회 소집 공고와 함께 에스엠에서 추천한 이사진에는 얼라인의 이창환 대표이사와 함께, 카엔의 장윤중 부사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동주의를 표방한 펀드의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는 것, 사 업제휴와 협력을 하는 상대방의 임원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추천하는 것 모두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뒤의 내용은 더욱 더 충격적입니다. 요약하면, 에스엠의 주 수입원 중에서 상당한 부분을 카카오 또는 카엔에 "그냥 떼어 주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오디션을 거친 K-pop 그룹과 관련한 합작회사를 두기로 합니다. 글로벌 오디션 자체를 카 엔이랑 같이 하기로 하지요. 카엔이 뭘 해봤고, 무엇을 잘 할까요. NCT Tokyo는 이미 캐스팅이 끝 나서 곧 론칭할 것이라고 하는데, 같이 할 것이 뭐가 남았을까요. 글로벌 오디션은 세계 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NCT 그룹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 온 프로젝트입니다. NCT Hollywood, NCT 베트남, NCT 인도네시아를 하는데 왜 카엔이랑 합작회사를 만들어서 해야 할까요? 에스엠이 자랑하는 노하우과 시스템이 그냥 합작의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노출되고 이전되는 거 아닐까요? 그동안 에스엠이 투자한 금액, 투입한 인력, 사용한 노하우에 대한 가치는 제대로 평가되어서 카엔으로부터 받는 것인가요? 에스엠의 주주들은 이와 같은 의사결정에 동의하실 수 있나요?

글로벌 매니지먼트 회사 부분은 더욱 가치의 이전이 심하게 일어납니다. K-pop 글로벌 시장에서, 2023년 현재 가장 큰 시장은 일본 시장이고, 회사마다 다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회 사들이 가장 크게 보는 미래시장은 미국 시장입니다.

에스엠은 2000년대 초반, SM Japan을 설립한 데 이어, 2000년대 중반에는 SM USA를 설립하여 일본 및 미국 시장 개척에 초석을 놓습니다. 길게는 20년 넘게, 짧게는 15년 동안 SM Japan과 SM USA를 설립, 운영하면서 쌓아 온 일본/미국 시장에 대한 경영전략, 노하우, 네트워크 밸류, 현지에 대한 정보 등을 모두 카카오에게 50:50의 합작을 통해 이전한다는 뜻입니다.

미국 시장의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가 있으나, 실제 그 회사가 얼마나 업력이 되고,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지 잘 알려진 바도 없고, 설령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BoA 이후 에스엠이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에는 비길 바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50:50 합작, 게다가 합작법인의 초대 대표는 카엔의 강윤중 부사장이라고 하니, 이것은 균형을 잃어도 한참 잃은 것입니다. 에스 엠의 주주와 임직원들은 이와 같은 의사결정에 동의하실 수 있습니까?

일본 시장은 더 심각합니다. 일본 시장은 잘 알려진 대로 에스엠의 안방, 텃밭과 같습니다. 거기에서 무엇 때문에 카카오와 협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나요? 최선을 다하여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면 서, 일본에서도 합작회사를 만들려 하는 게 아닐까요? 음반, 음원, 티켓 유통은 잘 알려진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현금 수입원입니다.

음반과 음원의 유통 을 배타적으로 카엔에서 한다는 이야기는, 음원은 모두 멜론을, 음반은 모두 카카오의 유통 채널을 통하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수직적 결합이 아닐까요. 해외 음반, 유통권, 심지어 공연 팬미팅 티켓까지 카엔이나 카카오 계열사에 둔다고 하면, 에스엠 으로서는 주요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수입원을 모두 카카오에 의존하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카엔의 글로벌 유통 조직이 현재의 에스엠보다 월등하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카엔의 글로벌 유통은 아직 미비하니까요.

결국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가장 주요한 수입원인 음반/음원/공연 유통권을 모조리 카카오한테 넘겨, 현재와 미래의 가장 큰 현금흐름과 매출 수익의 주도권을 카카오의 통제 아래 두게 된다는 것입니다. 에스엠의 주주들이나 임직원들은 이와 같은 거래에 동의하십니까?

IP를 이용한 2차 컨텐츠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악, 아티스트 등 에스엠의 원천 IP를 이용한 2 차 컨텐츠가 잘 만들어지면, 유통시킬 채널은 한두 곳이 아닙니다. 에스엠의 IP에 기반한 2차 컨 텐츠를 꼭 카카오페이지에서 유통해야 하나요? 카카오피코마에서 유통해야 하나요? 캐릭터 제작, 굿즈 제작과 유통을 카카오 계열사와 해야 하나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을 카카오 계열사와 해야 하나요?

정리해보면, 이 사업협력협약은 협력 상대방을 등기이사로 넣는 조항에서 시작하여,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현금흐름을 주되게 창출하는 음원/음반/공연티켓에 대한 유통권한을 모두 카카오에 넘기 는 것이며, 나아가 에스엠의 원천 IP에 기초한 2차 컨텐츠의 제작, 유통권한을 모두 카카오에게 넘기는 것입니다. 을사늑약과 다를 바 없는 회사의 현재, 장래의 주요 사업을 몽땅 카카오에게 넘기는 내용입니다. 에스엠의 주주, 임직원들은 이와 같은 내용에 동의하실 수 있습니까?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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