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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안심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주목받는 '배양육'

식량 위기, 기후 위기의 해결책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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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 총리였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윈스턴 처칠. 그는 1932년 한 잡지에 실린 '50년 뒤의 세계'라는 기고문에서 이런 예언을 했습니다. "우리는 닭을 통째로 기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할 필요 없이 적절한 도구로 각 부위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시기는 조금 틀렸지만, 그 예언은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란 이름으로.

배양육이란 소나 돼지 등 동물의 세포를 키워 만들어낸 고기를 말합니다. 동물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액'과 함께 배양하면 세포 1개가 2개, 4개, 8개 이렇게 2배씩 불어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배양육 전문기업 '씨위드(Seawith)'를 운영하고 있는 이희재 공동대표에 따르면 대략 한 달 정도면 1만 배 이상으로 양이 불어난다고 합니다.

배양육의 맛과 영양은 기존 식육과 큰 차이가 없고, 배양 과정에서 지방 비율을 조절하거나 식물성 지방으로 바꿀 수 있어 맛과 영양을 조절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한우 세포를 키우면 한우 같은 특정 품종만 키울 수 있고, 삼겹살처럼 돼지고기 중 한국인의 수요가 높은 부위만 따로 키우는 것도 가능합니다.

왜 중요한데?

전 세계가 배양육에 주목하는 건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위기뿐 아니라 기후 위기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5% 정도가 먹는 것과 관련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소고기가 더욱 눈총을 받아 왔습니다. 사육 소가 일상에서 배출하는 메탄 때문입니다. 메탄은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왔죠. 소 4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자동차 1대와 비슷합니다.

전 세계 인구도 2050년이면 100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자연스레 소고기 수요는 더 늘고, 이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메탄이 배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인 이기원 교수는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내뿜는 육류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아직 우리나라에선 배양육을 쉽게 사 먹을 순 없지만 이미 글로벌 경쟁은 시작됐습니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배양 닭고기 판매를 허용했고, 지난해 11월엔 미국 배양육 기업 '업사이드 푸드'가 미 식품의약국 FDA의 안전성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산업화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 식품 기업들도 배양육 개발 회사 투자를 확대하면서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배양육 대량 생산을 위해선 아직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핵심은 세포를 키우는 영양제 역할을 하는 '배양액'입니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배양액은 FBS(Fetal Bovine Serum)라고 불리는데, 소 태아의 혈청으로 만듭니다. 배양육을 키우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에도 필수적인 성분입니다. 안 그래도 수요가 큰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폭증해 지금은 리터당 100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쌉니다. 이 배양액 단가를 대량 생산 가능할 정도로 낮추는 게 배양육 업계와 학계의 핵심 과제입니다.

한 걸음 더

가격뿐 아니라 비윤리적인 배양액 생산 방식도 과제입니다. 현재는 '의도치 않게' 임신한 소를 도축한 뒤 어미 소 뱃속에 있는 태아로부터 혈액을 추출해 배양액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배양액 생산 기업들은 '의도치 않게' 임신한 소를 도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학계와 업계에선 수요가 꾸준하고 단가도 높은 배양액 생산을 위해 일부 축산업체가 임신을 방치한 뒤 도축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배양액을 대부분 수입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과 연구진들이 그 생산 과정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국내 배양육 기업과 연구진은 '저렴하고 윤리적인 배양액'을 만들기 위해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선 대량 공급이 가능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해조류 등에서 답을 찾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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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비해선 조금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배양육 안전성 평가와 제조 및 가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기술 연구와 함께 관련 제도 정비가 신속히 이뤄져야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양육 업계는 5년 뒤면 마트에서 배양육을 직접 사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는 2040년이면 육류 시장의 절반 이상을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이 차지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망, 현실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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