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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폭탄 테러단체 KTJ에 '암호화폐'로 자금 지원한 이들, 왜?


오프라인 - SBS 뉴스

KTJ가 뭔지, 여러분 들어보셨나요? KTJ는 KHATIBA AL-TAWHID WAL-JIHAD(‘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의 약자로, ‘일신교와 성전의 설교자’라는 뜻을 지녔습니다. 바로 시리아 등지에서 활동했던 테러단체의 이름인데요. 홍보 영상을 만들어 SNS상에 배포할 만큼 조직원 모집에도 적극적입니다. 배포된 영상을 보면 총을 멘 채 구호를 외치고 격투 훈련을 하며 건물에서 라펠 하강을 하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테러단체 조직원에게 암호화폐를 보낸 국내 체류 외국인이 경찰과 국정원 공조 수사 끝에 붙잡혔습니다. 이 단체는 어떤 곳이고, 이들에게 왜 돈을, 그것도 암호화폐를 왜 보낸 걸까요? 

왜 중요한데?

경찰청 안보수사국과 국정원이 지난해부터 공조해 수사를 벌인 끝에 국내에 살고 있던 92년생 우즈베키스탄 국적 A 씨, 94년생 카자흐스탄 국적 B 씨를 지난달 구속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습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테러방지법 및 테러자금금지법 위반입니다.

테러방지법 제17조 2항은 ‘테러 자금임을 알면서도 자금을 조달, 알선, 보관하거나 그 취득 및 발생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등 테러단체를 지원하는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합니다. A 씨는 여러 번에 걸쳐 9백여만 원, B 씨는 1백여만 원을 각각 위에 언급한 KTJ 요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랐습니다.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USDT라는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KTJ 요원에게 전달되도록 한 겁니다.

현금을 계좌로 송금한 사례는 적발된 적이 있는데, 암호화폐를 사용한 사례가 적발된 건 이번이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범행 수법은 이렇습니다. 홍콩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팔겠다는 이른바 ‘딜러’가 판매 게시글을 올립니다. 이 딜러는 범행과 무관하게, 일정 수수료를 받고 암호화폐를 팔기 위해 글을 올리는 거죠. 이 딜러에게 KTJ 요원이 해당 암호화폐를 사겠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돈을 보내야 해당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겠죠. KTJ 요원과 소통한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이 돈을 딜러에게 보내는 구조입니다. 돈을 송금받은 딜러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의 암호화폐를 KTJ 요원 측에 보냅니다.

직접 국내 체류 외국인이 KTJ 요원에게 바로 현금을 송금하는 방식에서 하나 더 단계를 밟은 건데, 경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돈을 전달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선택한 USDT는 달러와 1대 1로 그 가치가 연동되는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인데, 변동성이 적어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만큼 이 화폐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려면 이들이 돈을 전달하면서 돈이 테러 자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합니다. 경찰은 이들이 KTJ 측과 메신저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KTJ 측에서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으니 무기가 필요’하다고 하고 이에 대해 ‘알겠다’는 취지로 말한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겁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국정원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첩보를 입수해 혐의 대상자들을 특정했고 미국 FBI와도 관련 자료를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씨는 자신이 모은 돈을 가지고 암호화폐 대금을 납입해 KTJ 측에 USDT가 송금되게 했는데, A 씨는 조금 달랐습니다. 전남 영암 등 지역에서 역시 KTJ 측에 돈을 보내고 싶은 다른 외국인들을 만나 이들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용직 노동자나 농촌 등지에서 일하는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사 끝에 불법체류자 등 중심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경찰청, 국정원 등은 이렇게 돈을 건넨 다른 외국인 5명을 지난해 12월 강제추방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추방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테러방지법 혐의가 적용되려면 자금이 지원된 곳이 ‘테러단체’여야겠죠. 돈을 받은 KTJ는 지난해 3월, UN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된 곳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수장으로 두었던 알 카에다 기억나시나요? KTJ는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전투부대로, 2014년 시리아 정권 타도와 이슬람 신정주의 건설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알 카에다 산하 국제 테러 조직인 셈인데 현재 조직원이 5백 명 정도 된다고 UN은 보고 있습니다. 2017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하철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져 14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의 배후에 KTJ가 있다고 지목된 바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 KTJ가 테러단체로 공식 지정되기 전에 A 씨와 B 씨가 돈을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테러자금금지법 위반 행위를 적용해 송치했습니다. 테러자금금지법에 따르면, 공중에게 위해를 가하고자 하는 등 공중을 협박할 목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위를 하려는 개인, 법인, 단체라는 걸 알면서 그걸 도울 목적으로 자금이나 재산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 일련의 행위에는 사람을 살해하거나 납치하는 것, 항공기를 강탈하는 것, 폭발성 장치를 시설이나 차량에 설치하는 것 등이 포함됩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지난해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테러방지법이 시행된 2016년 이후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내국인 14명을 형사 처벌했고 10개국 137명을 강제 추방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혹자는 엄청나게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심심찮게 이런 외국인들이 적발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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