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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무서운 일본 투수진, 희망은 '속도 대조 효과'에 있다?

[야구수다] WBC 한일전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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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일본 대표팀의 선발 투수진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투타 모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인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지난해 35살에 16승을 올리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2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NPB 최고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지난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투수들이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한다.

이들은 당연히 무시무시한 공을 던진다. 속도부터 엄청나다. 오타니는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시속 156.6km로 생애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빅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 오타니보다 빨랐던 투수는 NL 사이영상 수상자인 샌디 알칸타라(157.5km)와 게릿 콜(뉴욕 양키스. 157.4km) 두 명뿐이다. 그리고 사사키는 이들 모두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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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요시이 마사토 투수코치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 대표팀은 1라운드에서 이들 4명을 한 경기씩 선발 투입할 것이다. 1라운드에는 이들 중 2명을 한 경기에 동시 투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요시이 코치는 8강전에 다르빗슈와 오타니를 함께 기용할 의사를 피력했다.)

이 구상은, 우리 대표팀에게 작은 희망을 열어줄 수 있다.

야구계에 잘 알려진 가설 하나. 타자는 투수의 '절대 속도'보다, 이전 투수와 비교되는 '상대 속도'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직구 평균 시속 155km의 투수 A, 148km의 B가 있다고 가정하자. 선발로 나온 A를 상대하다가, 그보다 약간 느린 B가 구원으로 나오면 타자는 B의 공을 '수월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속도의 절댓값만 보면 B도 강속구 투수지만, '광속구'를 던지는 A보다는 쉬워 보인다는 거다. 거꾸로 B가 선발로 나오면, 구원으로 나온 A의 공은 타자의 눈에 더 빨라 보인다. 그래서 전 세계 프로야구팀들은 불펜에 '광속구 투수'를 보유하려 노력한다. 구원 투수가 선발보다 공이 느리면 곤란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팬들도 이 가설의 효과를 '전국민적으로' 체감하고 환호한 적이 있다.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한국 대표팀은 오타니 쇼헤이에게 두 번이나 망신을 당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6이닝 동안, 준결승에서 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지 못했다. 13이닝 동안 무려 21개의 삼진을 당할 정도로 압도당했다. 일본이 3대 0으로 앞선 준결승 8회, 오타니가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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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투수는 노리모토 다카히로. 라쿠텐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그해 탈삼진 비율 27%로 오타니(31.6%)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투수였다. 한국과 첫 경기에서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오타니 수준'은 아닌 것도 확실했다.

노리모토의 그해 직구 평균 시속은 145km. 오타니의 152.4km와는 확연한 격차가 있었다. 대표팀 타선은 9회, 오타니보다는 확연하게 느린 노리모토와 마쓰이 유키, 마스이 히로토시의 공을 신나게 두들겨 대거 다섯 점을 뽑아내 승부를 뒤집었다. 한국 야구사에 길이남을 역전승이 그렇게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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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WBC에서 일본 대표팀이 위 구상대로 선발진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국은 3월 10일, 1라운드 2차전에서 한일전을 펼친다. 우리 대표팀 타선은 경기 초반, 위에 소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발 투수, '공포의 4인방' 중 한 명이 던지는 어마어마한 광속구에 고전할 것이다. 하지만 WBC에는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다. 아무리 잘 던지는 선발투수라도 65구를 던지면 내려와야 한다. 즉 4회~5회 정도에 두 번째 투수가 등장한다.

준결승 이상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팀들은, 두 번째 투수로 '롱 릴리프'를 기용한다. 1라운드부터 불펜 요원들을 무리하게 소모했다가는 8강 이후 토너먼트에서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팀들이 선발 요원을 대거 선발해 '두 번째 투수'로 기용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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