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프리미엄

'전세 사기' 부동산은 여전히 영업 중

[빌라왕-국] ⑧ "보증보험만 가입하면 안전해요"…아직도 '깡통전세' 권유하는 부동산


오프라인 - SBS 뉴스

Q. '빌라왕', '빌라의 신'의 전세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들, 여전히 영업 중일까요?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빌라왕' 김 모 씨, '2400 조직'의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 총 5곳을 방문했습니다. 세 곳은 그대로 영업 중이었고, 한 곳은 이틀 내내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곳은 아예 폐업한 상태였습니다.

'2400 조직'과 거래해 놓곤 "사기 매물 거래한 적 없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수도권에 있는 A 부동산에 방문했습니다. 3년 전, 빌라 3천여 채로 전세사기를 벌인 '2400 조직'의 피해자가 전셋집을 구한 부동산입니다. 계약서에 적힌 부동산 주소로 찾아가니, 계약 당시 상호와 같은 이름으로 영업 중인 부동산이 나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넓은 사무실 안에 직원은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전세 상담을 받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니 꽤나 놀란 눈치였습니다. 보통은 앱을 통해서 미리 연락을 하고 오니 직원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전세사기가 걱정이라면서 말문을 떼니, 직원은 'A 부동산이 생긴 이후로 사건사고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저는 '2400 조직'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계약서를 보고 찾아간 건데 말이죠.

A 부동산 중개보조원
"저희가 사무실이 만들어진 지 한 4년 됐어요. 4년 동안 사건 사고가 하나도 없었어요. 있었으면 막 사람들 찾아오고 난리 났겠죠. (중략) 요즘 금리도 많이 올랐고, 빌라왕 죽고 또 뒤숭숭하고 하니까 빈집들이 많이 있어요. 신축급도 있고."

직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만 들면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이 있으면 설령 집주인이 전세사기를 벌여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요. 그러면서 괜찮은 전세 매물 3개가 있다고, 시간이 괜찮으면 함께 돌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중 매물로 나온 전셋집 한 곳을 들렀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깡통전세' 권하는 부동산
오프라인 - SBS 뉴스

직원이 권한 전세 매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차도 가능했고, 집 상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방 3개, 화장실 2개에 전세 2억 5천만 원이었습니다. 직원이 권유한 매물은 안전한 매물이었을까요?

같은 층 비슷한 크기(해당 매물보다 조금 큰)의 집 전세가는 2억 3천만 원이었습니다. 매매가도 2억 3천만 원이었습니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은 '깡통전세'였습니다. 바로 옆 다른 크기 집도 역시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일하게 2억 3천5백만 원이었습니다. 모두 깡통전세였는데, 취재진에게는 매매 시세보다도 더 부풀려서 전세가를 부른 것이었습니다.

후에 취재 사실을 밝히고 '2400 조직 전세 매물을 거래해놓곤 그런 적 없다고 말하냐' 물으니, A 부동산 측은 '지난해 대표가 바뀌었다'면서 '이전에 전세사기 매물 중개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동산은 상호도, 전화번호도, 직원들도 그대로 영업 중입니다.

숨진 빌라왕 김 모 씨의 전세 계약을 여러 건 중개했던 B 부동산에도 찾아갔습니다. 이곳 역시 중개보조원 여러 명을 두고 그대로 영업 중이었습니다. B 부동산의 대표 공인중개사는 김 모 씨와 거래한 사실을 '문제가 됐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 세입자들이 찾아오는 등 시끄럽게 해서 문을 닫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들이 시끄럽게 한다'는 표현을 솔직하다고 봐야 할지, 전세사기 매물을 거래해놓고선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수사도, 처벌도, 자격정지도 쉽지 않은 '공인중개사'

전세사기 계약을 중개하고도 버젓이 부동산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공인중개사 처벌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인중개사에 대한 수사가 쉽지 않습니다.

수사가 이뤄지려면 '전세사기인 걸 알면서도 일부러 중개했는지'가 입증돼야 합니다. 이 집에 들어가면, 이 집주인과 계약하면 언젠가 문제가 될 걸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계약을 중개했는지 밝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고의성을 밝혀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설령 수사가 진행돼서 재판까지 가더라도,

공인중개사 자격 정지도 역시 쉽지 않습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경우만 공인중개사 자격이 정지됩니다.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아니면 자격은 유지되고, 얼마든지 공인중개사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해서 자격이 정지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지난 4년간 자격이 취소된 공인중개사는 모두 69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사망으로 인한 자격 취소'였고,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서 취소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스브스프리미엄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