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간병 친딸 살해하고 선처 받은 엄마…검찰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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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어머니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하자 검찰도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인천지검은 최근 살인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60대 A 씨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습니다.

통상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항소합니다.

A 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 기준에 따르면 항소해야 할 사건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가 장기간 힘들게 장애인 딸을 돌봤고 간병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가정폭력 상담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도 지난 25일 만장일치로 '항소 부제기' 의견을 검찰에 전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검찰이) 선처를 요청하면 생명 침해를 가볍게 생각하고 유사 사건에서도 선처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구형은 징역 12년을 했다"고 앞선 재판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자신도 심신이 약해져 대안적 사고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의 감정이 있었고 피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역시 제한적이었다"며 "유사 판결이나 판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항소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 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A 씨는 범행 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습니다.

A 씨는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딸을 대소변까지 받아 가며 38년간 돌봤습니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 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사건 발생 몇 개월 전에는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먹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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