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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연아는 그때 왜 '종이 호랑이'를 들었나?

[별별스포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선정에 얽힌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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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지금도 세계인의 뇌리에 남을만한 명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개회식에 깜짝 등장한 '굴렁쇠 소년', 그룹 코리아나가 열창해 지구촌 사람들에 깊은 감동을 주었던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스코트 '호돌이'도 빼놓을 수 없는 히트 상품이었습니다.

'호돌이'는 한국의 전통을 잘 살린 데다 친근한 이미지까지 선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올림픽에 마스코트가 등장한 것은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이 처음이었습니다. 마스코트가 첫선을 보인 동계올림픽은 1976년 인스브루크 대회였습니다. 단일 캐릭터로 선정하는 경우도 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처럼 5가지의 캐릭터를 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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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마스코트 '미샤'

역대 마스코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큰 인기를 끈 것도 있지만 대회가 끝난 뒤 바로 잊혀진 '졸작'도 적지 않았습니다. 히트한 마스코트로는 '호돌이'를 비롯해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때의 '미샤'가 꼽힙니다. 당시 소련을 상징하던 동물은 '곰'이었는데 '미샤'는 테디 베어를 연상케 할 만큼 귀엽고 친밀한 이미지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폐회식 때 '미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역대 올림픽 폐회식 가운데 단연 압권으로 꼽힐 만한 것이었습니다.

올림픽대회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그 올림픽의 붐 조성과 흥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합니다. 올림픽 성공 요소 가운데 하나가 마케팅 수익인데 마스코트는 마케팅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입니다. 가방, 찻잔, 티셔츠, 모자, 수건 등 수십 종의 올림픽 기념품에는 마스코트가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늦었던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선정

그런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선정은 올림픽 역사상 가장 늦었습니다. '호돌이'가 올림픽 개막 5년 전에 결정된 반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는 대회 개막 1년 8개월 전까지도 베일에 가려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약 1년 11개월 앞둔 2016년 3월부터 저는 마스코트 선정에 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평창올림픽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오는 6월 초에 공식 발표된다. 현재 마스코트 개발은 90% 정도 이뤄진 상태로 오는 5월이면 최종안이 나온다. 마스코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IOC 집행위원회는 오는 6월 1일부터 3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다. 승인이 떨어지면 바로 발표할 것이고, 오는 8월 2016 리우 하계올림픽 기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마스코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동물인지는 조직위 안에서도 몇 명만 알고 있을 정도로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평창 마스코트가 상상의 동물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당시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일각에서는 "강원도의 상징 동물인 반달곰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었습니다. 강원도청 홈페이지에는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곰(반달가슴곰)을 형상화한 '반비'라는 캐릭터가 소개돼 있습니다.

'반비'는 반달곰의 믿음직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미래로, 세계로, 통일로' 비상하는 반달곰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반비'와 똑같지는 않겠지만 이를 약간 변형한 캐릭터가 나올 것이란 전망을 했던 것입니다.

국내 체육계 인사 A씨는 "단군신화에서 나타나듯이 우리 민족의 상징 동물은 호랑이와 곰이다. 그런데 호랑이는 이미 88 서울올림픽에서 '호돌이'로 사용됐다. 그래서 곰이 유력한 후보인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이미 마스코트로 활용됐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반달곰 하나가 아니라 1-2가지 동물을 추가해 3개 정도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각종 올림픽 기념품을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어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는 백호' 특종 보도

이로부터 약 2개월 뒤인 2016년 5월 20일, 저는 국내외 언론을 통틀어 처음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가 '백호', 즉 흰 호랑이라는 사실을 특종 보도했습니다.

이 당시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글로벌 시대에 국가 브랜드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고려해 많은 동물 가운데 백호를 결정했다. 일반 호랑이는 이미 30년 전에 사용한 데다 동계올림픽이란 이미지를 고려해 이번엔 흰 호랑이를 선정한 것이다. 흰색은 '백의민족'이란 단어에서 보듯이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 백호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다. 흰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선정함으로써 예를 들어 호돌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신성하게 백호가 나왔다는 식의 스토리텔링은 물론 다양한 캐릭터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아직 마스코트의 이름이 결정되지 못했습니다.

김연아는 왜 '종이 호랑이'를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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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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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제가 단독 보도를 한 지 13일 뒤인 2016년 6월 2일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3년 동안 극비리에 만든 마스코트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제 보도대로 흰 호랑이였고 이름은 '수호랑'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창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로는 '반다비'라는 이름의 반달가슴곰으로 결정됐습니다.

평창 조직위는 "우리나라의 상징 동물인 호랑이를 소재로 만들었고 이름은 수호랑이다. 올림픽 정신인 평화를 '수호'한다는 의미와 정선아리랑의 '랑'이 결합한 명칭이다. 흰 호랑이가 여러 신화와 설화에서 산과 자연을 지키는 신성한 동물로 묘사되어 있고, 하얀 설원에서 펼쳐지는 동계올림픽과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채택의 배경이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가 큰 인기를 누린 점도 흰 호랑이를 선택하는 데 작용했다. 반달가슴곰은 강원도의 상징 동물이자 의지와 용기라는 이미지를 지녀, 패럴림픽 정신과 부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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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발표 당시 '종이 호랑이'를 들고 있는 김연아 씨

그런데 이날 홍보대사였던 '피겨 여왕' 김연아 씨가 손에 들었던 마스코트는 실물이 아니라 종이였습니다. 즉 급조된 '종이 호랑이'를 들고 마스코트를 공식 발표하는 동영상을 전 세계에 소개했던 것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선정과 관련된 모든 의문은 2016년 11월 초에 가서야 풀렸습니다. 선정이 그토록 늦어진 이유는 무엇인지? 공식 발표를 2주 앞두고도 이름을 짓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김연아 씨가 마스코트를 발표하면서도 실물이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진돗개로 바꿔라' vs '안 된다'며 허송세월

2016년 11월 8일, 저는 SBS <8뉴스>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에 얽힌 비화를 단독 보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범인(?)은 '진돗개'였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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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는 처음에 우리 민화 속의 까치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가을, 문화체육관광부는 갑자기 호랑이를 진돗개로 바꿨습니다.

당시 평창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마스코트 교체를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스코트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절대 안 된다"며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문체부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청와대는 진돗개를 원했지만 IOC가 승인할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입니다. 금쪽같은 시간은 계속 흘러 드디어 마스코트 선정 마감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김종덕 장관과 조양호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2016년 4월 8일 비밀리에 스위스의 IOC 본부까지 방문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최후의 담판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바흐 위원장은 끝내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거부한 이유는 바로 한국의 '개고기 문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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