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보도

[단독] 4명이 집 3,493채…'2400' 같은 번호로 보증보험 반복 가입 (풀영상)

주택도시보증공사, 블랙리스트 올려놓고도 못 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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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으로 이어가겠습니다. 3천 채가 넘는 빌라를 가지고 전세 사기를 벌였던 일당을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을 계약할 때 뒷자리가 2400인 전화번호를 썼다고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서 말합니다. 이 일당 가운데 1명을 저희가 직접 만나서 그 조직의 실체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먼저, 안상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안상우 기자>

3천493채, 명의자는 모두 4명입니다.

이들은 적게는 200여 채부터 많게는 1천200여 채까지 나눠 가졌습니다.

셋은 지난해 9월 경찰에 붙잡혔지만, 1명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저희는 2400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A 씨를 직접 추적해봤습니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 인천 등에 1천 채 넘는 빌라를 소유한 A 씨를 수소문 끝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빌라왕'이 됐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다만 신분 노출을 극도로 우려해 음성도 대역을 쓸 것을 요구했습니다.

[A 씨/'2400' 조직 관계자 (음성 대역) : 집이 1천 채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도 못 했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가 집에 이야기도 못 하고….]

A 씨가 밝힌 '2400 조직'의 총괄 설계자는 구속된 3명 가운데 1명인 최 모 씨.

최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선후배 사이인 권 모 씨와 처제인 박 모 씨를 바지사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명의 이전 때마다 한 채당 약 300만 원씩 챙기고, 전세 계약 때는 '2400'으로 끝나는 대포폰 번호를 적어놓고 세입자들을 직접 관리했습니다.

최 씨 등 3명에게 명의가 집중되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새 바지사장으로 A 씨를 끌어들였습니다.

사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시차를 두고 바지사장을 추가 포섭하는 수법입니다.

[A 씨/'2400' 조직 관계자 (음성 대역) : 카드값을 갚아주겠다면서 용돈벌이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라고. '나도 하고 있다. 이제 800억대 부자다. 아무 탈 없이 잘살고 있다'면서.]

재작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A 씨 명의로 이전된 주택은 무려 1천37채.

세입자를 유인하는 중개사, 빌라를 구해오는 분양업자까지 모두 한통속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분양업계 관계자 (음성 대역) : 최 씨 차량 트렁크에 항상 서류가 쌓여 있어요. 권 씨, 박 씨, A 씨 명의별로 인감도장이 날인된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본, 초본,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세트로 묶어놨어요. 그걸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뿌리고 다니는 거죠.]

경찰은 2400 조직이 연루된 빌라 3천493채에 대해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한일상·박현철,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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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세 사기 일당은 집을 계약할 때뿐 아니라 또 보증보험에 가입할 때도 2400으로 끝나는 전화번호를 썼습니다. 그런데,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보험 가입 서류에 2400으로 끝나는 번호가 계속 반복되는데도 별 의심 없이 승인해줬습니다. 심지어 일당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놓고도 전혀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조윤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조윤하 기자>

A 씨는 지난 2021년 10월 세입자들이 요청한 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HUG 직원 책상에는 이미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보험 신청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서류에는 모두 같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끌어들인 최 씨의 대포폰 뒷자리인 2400이었습니다.

[A 씨/'2400' 조직 관계자 (음성 대역) : 처음 보는 서류였어요. 보증보험이 뭔지, HUG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던 거예요. 전화가 2400으로 돼 있잖아요.]

2400 조직은 전세 계약을 할 때도, 또 보증보험에 가입할 때도 뒷자리 2400이라는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했습니다.

4명이 동일한 전화번호를 돌려 쓴 것인데, A 씨는 HUG 측이 별다른 제재 없이 가입을 승인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 이들 앞으로 가입된 보증보험은 권 씨 583건, 박 씨 473건, 최 씨 201건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SBS 취재 결과 HUG는 이들을 내부적으로 보증 사고를 낼 가능성이 큰 집중 관리 다주택 채무자,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 7월에는 최 씨가, 한 달 뒤에는 박 씨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그 이후에도 같은 번호를 사용한 A 씨에게 HUG는 보험 가입을 55건이나 내줬습니다.

블랙리스트 관리가 너무나 허술했던 것인데, 사기에 가담한 분양업자는 "HUG 내에 최 씨 조력자가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분양업계 관계자 (음성 대역) : 임차인이 고소한다고 하면, 3개월 동안 가입이 안 됐던 게 다음 날 가입이 돼 있어요. '내 전담 담당자가 있다. 그 친구는 내가 얘기하면 바로 처리를 해준다'고 최 씨 입에서 나온 겁니다.]

2400번 담당자로 지목된 HUG 직원을 찾아갔습니다.

[HUG 직원 : 저희가 기자분들이랑 직접 대화를 하면 안 돼요. 저한테 직접 오시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이에 대해 HUG는 유착관계는 전혀 없다며 이름 기준으로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기 때문에 2400으로는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박현철·양지훈, 영상편집 : 김윤성, VJ : 김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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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궁금한 점, 경제부 안상우 기자에게 더 물어보겠습니다.

Q. A 씨 주장, 신뢰할 수 있나?

[안상우 기자 : 저희가 취재한 A 씨도 이번 사건에 연루가 되어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도 A 씨의 증언을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저희는 취재 과정에서 A 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세입자부터 그리고 2400 조직의 수법을 잘 알고 있는 업계 내부 관계자, 그리고 이들 모두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까지 모두 접촉을 해서 A 씨의 진술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Q.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입장은?

[안상우 기자 : 일단 주택도시보증공사 HUG는 A 씨가 자신이 주장한 것보다 한 6개월 먼저 직접 HUG를 방문을 해서 자신이 직접 보험 가입 신청서를 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당시에는 어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더 많은 세입자들이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HUG가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임대인의 대포폰 번호로 보증보험 가입 신청서를 냈더니 그것을 HUG가 걸러내지 못하고 신청을 받아줬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생긴 부실 채권의 책임은 결국은 나랏돈, 세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이 때문에 HUG의 부실한 심사가 이번 전세 사기 피해를 더욱 키운 한 가지 원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Q. 향후 경찰 수사는?

[안상우 기자 : 지금까지 2400 조직 관계자 3명, 그리고 이들과 공모한 분양업계 관계자 2명, 이렇게 해서 5명이 구속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만난 내부 관계자들은 수사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청도 이 3천493채 모두에 대해서 매입 과정부터 명의 이전 과정까지 전 과정을 전수조사하기로 했고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HUG 같은 보증기관이나 감독기관의 문제가 드러난다면 역시 이 역시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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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단독] 4명이 집 3,493채…'2400' 같은 번호로 보증보험 반복 가입>관련

본 방송은 2023년 1월 16일 SBS 8 뉴스에서 < [단독 ] 4명이 집 3,493채…'2400' 같은 번호로 보증보험 반복 가입>의 제목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 내에 전세 사기 일당의 조력자가 있어 전담으로 보증보험 가입 처리를 해주고 있다는 분양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보증발급과 관련하여 특정인에 대한 전담 직원은 없으며, 공사 직원은 해당 전세 사기 집단과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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