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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변기 뚜껑 닫기'와 '손 소독제', 효과 있다? 없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려면


요즘 장염을 앓아 고생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생굴 같은 해산물을 먹었다는 사람도 있고, 날 음식을 먹은 적이 없는데 장염에 걸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염 환자가 느니, 지난해 12월 23일 질병청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이 한 달 새 2배 늘었다며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구토와 설사 증세로 감염되면 정말 괴롭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 보니, 보도자료의 핵심은 예방법입니다. 제목도 예방 수칙 준수하라는 것이고요.

예방 수칙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입니다. 손 씻기, 음식물 충분히 익혀 먹기, 위생적으로 조리하기, 환자와 공간 구분해 생활하도록 권고 등인데 마지막 수칙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배변 후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기'입니다. 이 보도자료가 나올 무렵, 변기 물을 내릴 때 얼마나 많은 작은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는지 보여주는 해외 실험 결과가 보도됐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 마지막 수칙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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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질병관리청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라는 건 꼭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공중위생 측면에서 봤을 때도 권장할 만한 내용인 데다, 감염병 예방 수칙은 대부분 교과서적인 내용이라 보도자료 내용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보도자료를 볼 때처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지 않았던 사실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이 내용은 SBS 낮 뉴스에 몇 차례 나갔고, 8시 뉴스에는 단신으로 보도됐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국내 주요 대학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한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예방법에 왜 그런 황당한 내용을 넣었냐며,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면 화장실을 분리해서 쓰는 게 원칙이며 변기 뚜껑 덮는 걸로는 사실상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로바이러스가 워낙 전파력이 강해서 바이러스가 단 10개만 있어도 감염 가능한데 감염된 환자는 엄청나게 많은 바이러스를 흘리기 때문에 변기를 같이 쓰면 감염될 위험이 매우 크다는 겁니다. 의대생들에게 노로바이러스에 대해 확실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좋은 학습 자료를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허허 웃는 교수에게 질병청 핑계를 대면서도 참 부끄러웠습니다.

질병청이 제시한 예방 수칙을 다시 살펴보면, 환자 접촉 환경, 사용한 물건 등에 대해 염소 소독을 하라는 내용과 함께 구체적으로 가정용 락스 희석액(1,000~5,000ppm)을 이용하라고 수치까지 제시됩니다. 변기 역시 환자가 사용한 물건에 해당하니 소독해서 써야 하는데 매번 소독하기는 어려우니 공간을 분리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 맞겠죠. 변기 뚜껑 내리는 것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으니 부적절한 권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로바이러스, 확실한 예방법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노로바이러스 예방법을 어떻게 안내하는지 혹시 변기 뚜껑 관련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살펴봤으나 역시 이 같은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질병청 보도자료엔 없고, CDC 홈페이지에는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Hand sanitizer does not work well against norovirus.' 손 소독제는 노로바이러스 제거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으니, 비누를 이용해 물로 씻으라는 권고입니다.(CDC 지침을 비롯해, 이 글에서 말하는 손소독제는 알코올 성분이 60~70%대인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세정제를 뜻합니다.)

CDC는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비누와 따뜻한 물로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며 손 소독제를 추가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손 소독제가 비누로 손 씻는 걸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노로바이러스와 항생제 내성균 이슈로 자주 등장하는 박테리아인 C.디피실, 기생충의 일종인 크립토스포리디움, 이 세 가지는 반드시 비누로 손을 씻어야 제거할 수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NIH 연구에 따르면, 노로바이러스는 환자의 변을 통해 배출될 때 여러 개의 바이러스가 클러스터를 이룬 채 지질막으로 싸여서 일반적인 손 소독제로는 제거되기 어렵고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래 이미지 속 작은 클러스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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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IH

질병청은 자료에서 손 씻기를 충분히 강조했으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손 세정제에 너무나 익숙해졌다는 게 걱정스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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