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2대가 세계 최강으로 통하는 F-22 전투기와 동시 출격해 한미연합 공군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 본토의 B-52와 주일미군 F-22가 함께 뜬데다 북한이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주장하는 준중거리 미사일을 쏜 지 며칠 뒤 벌인 미군의 대형 무력시위라 관심을 많이 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공개된 미군 보도문들로 드러난 이번 B-52 훈련의 진면목은 달랐습니다. 미 본토에서 동아시아로 B-52를 투입하면 통상 괌이나 일본에서 공중급유기를 띄워 B-52에 연료를 공급하는데 이번에는 괄목할 만한 시도를 한 것입니다. 폭격기뿐 아니라 공중급유기도 미 본토에서 장거리 작전에 나섰고, 공중급유기를 지원하는 다른 공중급유기도 동원됐습니다.
폭격기, 2종류의 공중급유기가 미국의 남부, 중부, 서부의 각각 다른 기지에서 떴습니다. 수송기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 미 동부에서 출동했습니다. 일본 가데나 기지의 F-22와 한일 각각의 전투기도 참가했고, 괌 기지는 중간 기착지로 활용됐으니 모두 합쳐 3개국 8개 기지가 관여한 훈련이었습니다. 초지구급 확장억제 입체 훈련이라 부를 만합니다.
루이지애나,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워싱턴에서 동시다발 출격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과 태평양공군사령부에 따르면 한미연합 공군훈련을 뛴 B-52 폭격기들은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박스데일 공군기지 소속입니다. B-52의 공중급유를 맡은 KC-46A 페가수스 2대는 미 중부 캔자스주의 맥코넬 공군 기지 소속입니다. KC-135 스트라토탱커라는 공중급유기도 참가했는데 미 서부 워싱턴주의 페어차일드 공군 기지 소속입니다. 함께 동원된 수송기 C-17 글로벌마스터는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 공군 기지 소속입니다.
남부의 B-52가 동부의 글로벌마스터를 불러 동북아 폭격에 나서자, 중부의 페가수스와 서부의 스트라토탱커가 공중급유를 위해 뒤를 따른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 주변 훈련을 위해 동부, 서부, 남부, 중부 등 미국 전역의 기지에서 폭격기, 급유기, 수송기들이 동시다발로 출격한 것인데 과거에 이런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어제(25일) 보도문을 통해 "이번 임무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공군과 전략사령부의 확장억제력 강화 역량을 보여줬다", "미국이 전 세계에 핵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를 보내 확장억제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본토와 해외의 여러 기지에 소속된 폭격기와 전투기, 수송기, 급유기 등을 합리적으로 조합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보장하는 확장억제의 방법을 점검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중급유기가 공중급유 받으며 작전이번 훈련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B-52는 미국 남부에서, 공중급유기 페가수스는 미국 중부에서 각각 임무에 나섰습니다. 미국 남부나 중부나 동북아와의 거리가 비슷하게 멉니다. B-52에 연료를 지원해야 하는 페가수스도 자체 기동을 위한 연료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페가수스에 공중급유하기 위한 별도의 공중급유기가 떴습니다. KC-135 스트라토탱커입니다. 스트라토탱커는 그나마 동북아와 좀 가까운 서부 워싱턴주의 페어차일드 기지에서 이륙해 페가수스에 공중급유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페가수스와 스트라토탱커의 공조를 'KC-46A 페가수스의 사상 첫 장거리 체공 작전 비행(First Operational Long-endurance Flight)'이라고 칭했습니다.
한미는 지난달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합의에 따라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의 실질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 본토 4개 기지에서 전략폭격기와 공중급유기, 수송기가 출격해 태평양을 건넌 뒤 주일미군의 전투기와 합류해 목표를 타격하는 이번 한미연합 공군훈련이 확장억제 강화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번 훈련의 실상 자체가 워낙 묵직해서 다음번 확장억제 강화 훈련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상상이 잘 안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