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74분 전 서울청→용산서 "대형사고" 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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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1시간 14분 전 서울경찰청 상황실에서 대형사고 위험을 인지하고 용산경찰서에 이태원 일대 질서 관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제(29일) 한 언론사가 입수한 참사 당일 경찰 무전기록에 따르면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자는 이태원에서 유사한 안전사고 우려 신고가 들어오는 상황을 파악하고 무전을 통해 "대형사고 및 위험방지 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근무자는 오후 9시 1분 용산서 112상황실에 "핼러윈 관련해 계속해서 추가 112신고가 들어오는 중"이라며 "우리 지구대, 지역 경찰 근무자를 독려하셔서 이태원 핼러윈 관련해 확인 잘 해주시고 질서 관련 근무를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청 112상황실은 이같은 내용의 무전을 치기 직전에 들어온 112신고를 코드 제로(CODE 0·신고 대응 매뉴얼 중 위급사항 최고 단계)로 분류하고 용산서에 전달했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 인근에서 들어온 이 신고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며 "사람들이 밀리고 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서울청 112상황실 근무자가 '대형사고'를 예측했지만, 상황관리를 담당하는 간부들은 2시간 넘도록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정 모 당시 서울청 112상황3팀장은 해당 112신고에 코드제로가 발령된 지 2시간 40분이 지난 뒤에야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근무를 하던 류미진 총경에 처음 보고했습니다.

경찰은 이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에 공동대응을 요청했으나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119상황실은 해당 신고자에게 전화해 구급차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지 물은 뒤 '필요 없다'는 답변을 확인하고 통화를 마쳤습니다.

참사 당일 경찰이 차도로 밀려나오는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고 무단횡단하는 시민을 통제하면서 참사가 난 골목길의 밀집도를 높인 정황도 나왔습니다.

이미 오후 6시께부터 압사사고 위험신호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경찰이 정반대로 대처한 셈입니다.

현장에 있던 당시 용산서 112상황실장 송 모(51) 경정은 관내 무전을 통해 "경찰관 4명 정도 해밀톤호텔 앞쪽으로 배치해 차도로 나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라고 지시했습니다.

오후 8시 48분에는 "차도로 나와있는 인파들 무단횡단 못하도록 조치 바람"이라고 했고, 2분 뒤 같은 내용의 지시를 반복했습니다.

당시 근무자들은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람"(오후 7시 7분), "차도로 내려오는 인파를 경적 울리면서 인도로"(오후 7시 39분)라며 차도로 밀려나오는 인파를 막는 데 집중했습니다.

용산서는 서울청으로부터 '대형사고' 언급을 들은 뒤에도 "이태원파출소 건너편 3개 하위차로에 차 아예 고정배치해서 인파가 차도로 못 내려오도록"(오후 9시 23분)이라며 무단횡단을 막고 차도를 확보하려고 애썼습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송 경정과 함께 정 모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류미진(50) 총경 등 참사 당일 서울청과 용산서 상황실 근무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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