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중동 월드컵'이자 '겨울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조별리그 2차전에 접어든 가운데 경기장 안팎에서 '아시아의 반란', '무지개 완장' 등 화젯거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선수들이 안면 보호를 위해 끼는 마스크입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토트넘)이 '마스크맨'의 대표주자입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코앞에 둔 이달 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의 충돌로 안와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뒤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카본 마스크를 들고 도하에 입성해 적응을 이어가던 손흥민은 그제(24일) 열린 우루과이와의 H조 1차전에 실제로 끼고 출전, 풀타임을 소화해 한국이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0대 0으로 비기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손흥민에게 힘을 싣고자 우루과이전이 열린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엔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사거나, 3D 프린터로 비슷한 모양의 마스크를 만들어 끼고 온 팬들도 등장했습니다.
손흥민 외에도 이번 대회에선 여러 '마스크맨'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경기에서 광대뼈를 다친 튀니지의 미드필더 엘리에스 스키리(쾰른)가 지난 22일 덴마크와의 D조 1차전에 안면 보호대를 끼고 나온 게 시작이었습니다.
바로 다음날에 열린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F조 1차전에선 크로아티아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라이프치히)이 마스크와 함께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그바르디올은 지난 11일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동료와의 충돌로 코뼈에 금이 가고 눈 주위도 부어올랐지만, 다행히 수술까진 가지 않고 회복한 뒤 마스크를 낀 채 생애 첫 월드컵 경기에 나섰습니다.
F조에 속한 벨기에의 미드필더 토마 뫼니르(도르트문트)도 소속팀에서 컵대회 경기 중 광대뼈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가운데 캐나다와의 1차전을 치러냈습니다.
일본 수비수 다니구치 쇼고(가와사키 프론탈레)도 J리그 시즌 중 입은 코뼈 골절로 안면 보호대를 끼게 돼 일본에서 '배트맨'으로 불린 가운데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돼 카타르로 왔습니다.
다만, 다니구치는 독일과의 E조 1차전엔 벤치를 지켰습니다.
월드컵 경기 중 다쳐 갑자기 마스크를 끼게 된 선수도 있습니다.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는 21일 잉글랜드와의 B조 1차전 중 동료 수비수의 머리에 얼굴을 정면으로 부딪쳐 코뼈가 골절됐습니다.
부상 장면 이후에도 골문 앞에 다시 섰다가 뇌진탕 프로토콜에 따라 결국 호세인 호세이니(에스테그랄)로 교체됐는데, 이후 부상 부위 보호를 위한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어제(25일) 이란과 웨일스의 2차전에 베이란반드는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마스크를 낀 채 관중석에서 호세이니를 비롯한 동료들이 2 대 0 승리를 합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란 언론에선 베이란반드가 미국과의 최종 3차전엔 출전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