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하게 찾았던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신 기분입니다."
아내 뱃속에 있던 막내딸의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용사의 유해가 70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겼습니다.
만년필에 새겨진 이름 석 자가 그 실마리였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6·25 전쟁 기간 중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에서 발굴한 전사자의 유해를 1952년 27세 나이로 참전했던 고(故) 편귀만 하사로 확인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편 하사는 국군 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백마고지 전투(1952년 10월 6~15일)에 참전했습니다.
백마고지 전투는 강원 철원 일대 백마고지 확보를 위해 국군 9사단과 중공군 간에 7차례나 고지 주인이 바뀔 정도로 격렬하게 전개됐습니다.
9사단은 12차례 치열한 전투 끝에 고지를 확보했지만 편 하사는 이 전투에서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고인의 유해는 지난 7월 육군 5사단에 경사면에서 발굴을 하던 중 작은 뼛조각을 발견하면서 처음 확인됐습니다.
이후 대대적인 발굴을 통해 참호 속에 머리와 가슴을 앞으로 숙인 채 다리를 구부려 앉아 있는 모습의 편 하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철모와 M1 소총 등 유품 91점이 발굴됐고 특히 함께 나온 만년필에서 편 하사 이름 각인이 식별돼 유해 신원이 특정됐습니다.
"살아 돌아오신 기분"…꿈에 그리던 아버지, 70년 만에 만난 막내딸편 하사는 전남 나주에서 5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고향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짓다가 1948년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습니다.
아내의 태중에서 막내딸이 자라고 있던 1952년 6월에 입대해 제주도에서 훈련을 받은 뒤 9사단에 배치된 편 하사는 끝내 막내딸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고인의 유해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딸 편성숙 씨는 "아버지를 간절히 찾았는데 살아서 돌아오신 기분"이라며 "자식으로서 할 도리를 다한 것 같아 마음이 벅차다"고 전했습니다.
국유단이 추진한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지난 2000년 4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전사자 200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백마고지에서는 3명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