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15만 명이 내야 하는데…도입 시점 미정에 시장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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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소득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전면 도입되면 15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세금을 내게 될 전망입니다.

연간 세금 부담 역시 1조5천억 원 늘어나지만, 이처럼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투세 도입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오늘(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 인원(1만5천 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세금 부담 역시 현재 2조 원(2021년 연간 세수)에서 3조5천억 원으로 1조5천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현재 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지만, 금투세가 도입된 후에는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올리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을 매깁니다.

금투세는 이와 달리 5천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국내 상장 주식 기준,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 원)에 무조건 부과됩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과 규모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당초 여야는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금투세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놓고 의견이 다시 엇갈리면서 내년 도입 여부는 불투명해졌습니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코스피 월간 거래대금이 작년 동월 대비 5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고액 투자자들은 연말에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내년 세금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작년 12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4천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2천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주식 양도세를 피하려는 '큰손'들의 매도가 이어진 영향인데, 금투세가 도입되면서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 매도 규모는 물론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내 고액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대거 이탈할 경우 원/달러 환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투세 과세 시점을 2025년까지 2년간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기간 대주주 기준은 현재 종목당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올려 양도세 부담도 함께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야가 오랜 협의를 거쳐 금투세 도입을 결정한 만큼, 섣불리 시행 시점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야당의 주장입니다.

금투세 유예는 극소수 고액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5천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투세 시행 유예로 직접적인 세금 혜택을 보는 투자자는 대형 증권사 기준으로 상위 1%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초부자감세를 위해 설계된 세법 개정안은 처리되기 어렵다"면서 "(금투세를)예정대로, 합의한 대로 실행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금투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불편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당초 예정된 과세 시기를 고작 한 달 반가량 앞둔 상황에서 주식 보유 여부나 매도 계획을 제대로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만약 금투세 관련 정책 결정이 이대로 올해 연말까지 미뤄진다면 매도 시점을 놓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금투세 과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증권사나 과세 당국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증권사들은 일단 과세 시점과 상관없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유예를 염두에 뒀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일부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구나 세법상 적격 사모펀드 요건이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과세 제도도 금투세 도입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금투세 시행 시점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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