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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국지성 호우, 최근 들어 정말 잦아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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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폭우의 해'로 기록됐습니다. 딱 두 달 전에는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한 달 전에는 태풍 힌남노로 부·울·경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내리면서 막대한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불과 한두 달 전 이야기지만, 금세 잊혀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피해자 분들은 고통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제 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SBS 사실은팀은 "일 터지면 그 때 뿐"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여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짧은 기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란 말, 요즘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국도 동남아 날씨가 된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정말 최근 들어 이런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을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최근 50년 치 강우량 패턴을 분석, 제도적 개선점을 살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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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강우량 분석해보니…

"한반도는 더 이상 온대 기후 지역이 아니다", "홍수도 잦아진다"……

24년 전, 한 종합 일간지 기사에 나온 말입니다. 이상 기후 때문에 폭우가 잦아졌다는 말,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닙니다. 그만큼 익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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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반도 이미 아열대 기후 징후>, 1998년 12월 7일자.

최근 들어 정말 국지성 호우가 잦아졌는지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기상청에 최근 50년 치 강우 자료를 요청해 확인했습니다. 기상청이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가 1973년이라, 올해를 포함해 딱 50년 치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데이터는 각 도시 대표 관측소의 관측 값으로 산출됐습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인 인천과 수원, 강원권의 춘천과 강릉, 충청권인 대전과 청주, 영남권인 부산과 울산, 대구, 호남권인 광주와 전주, 마지막으로 제주까지 총 13개 지역입니다.

이를 토대로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인 시기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 확인했습니다. 올해 워낙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서 그렇지, 시간당 50㎜의 강수량은 10년 전만 해도 강남역 부근 같은 저지대 지역을 침수시켰을 정도로 엄청난 양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1973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인 빈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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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이었던 날이 열흘 이상이었던 해는 1985년과 1998년, 2008년, 2012년, 2017년, 2020년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해 평균 4.7번 정도로 계산됐습니다. 눈으로 봐도, 최근으로 올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걸 10년 단위로 끊어서 분석해보겠습니다. 1973년부터 10년, 1983년부터 10년, 이런 식으로 나눈 뒤, 한해 평균을 구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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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1982년은 한 해 평균 2.4번에 불과했지만, 2013년부터 최근까지는 5.7번으로 두 배 정도 늘었습니다. 그만큼 집중 호우가 잦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추세선을 따로 그려봤는데, 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집중 호우가 최근 들어 잦아진다는 것, 데이터로도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시간당 강우량이 94.3㎜를 넘었을 때는?

2017년 행정안전부는 '지역별 방재성능 설정·운영 기준'을 발표했습니다. 지역 별로 30년 올까 말까한 폭우를 확률로 계산한 수치를 내놨는데, 서울의 경우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94.3㎜로 잡았습니다. 즉, 30년 주기 확률로 시간당 최다 강수량을 94.3㎜이 내릴 수 있으니, 이 정도 폭우에 대비해 방재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안전을 위해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 놓은, 정부의 공식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2016년 풍수해저감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는 행정안전부 기준보다 조금 더 높은 95.9㎜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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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부가 제시한 94.3㎜이라는 수치, 말 그대로 3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수치일까요. 

역시 기상청 데이터를 토대로, 행안부 수치를 기준으로, 2000년대 이후 시간당 최다 강수량이 94.3㎜를 넘었던 때를 조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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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데이터는 기상청 지역별상세관측자료(AWS) 데이터로, 공식 수치는 아닙니다. 서울의 공식 기록은 서울 종로구의 기상관측소 수치가 기준입니다. 다만, 지역별 기준을 통해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아 AWS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쭉 보시면, 2000년 8월 7일부터 현재까지, 총 22년 동안, 총 6차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행안부의 기준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보면, 30년 한 번 올까 말까한 빈도가 아니라, 사실상 4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빈도로 계산됐습니다.

집중 호우는 잦아지고 있고, 나아가 정부가 보수적으로 잡아 놓은 기준치마저 쉽게 넘을 정도로 호우의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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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서울시는 지난 8월, 기록적 폭우 피해에 방재 기준치를 기존의 30년 확률 강우량인 '시간당 95.9㎜'에서, 100년 단위인 '시간당 114.2㎜'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맞춰 방재 시설도 재검토할 것이고, 자연히 관련 예산도 올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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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준 상향은 단순히 서울시를 너머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습니다. 앞서 분석대로,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이었던 날은 50년 동안 두 배 정도 늘었고, 30년을 가정한 '만약의 수치'는 4~5년 한 번 꼴의 '경험적 수치'가 되고 있습니다. 방재 성능과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 발전의 속도가 기록적 폭우의 빈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셈입니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는 최근 30년(1991~2020년)의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1.6도 상승했다고 썼습니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런 환경은 수중기를 더 많이 머금을 수밖에 없고, 자연히 강력한 집중 호우로 발전할 개연성이 커집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입니다.

기록적 폭우에 시름 했던 보름의 기간이 지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대책 수립에 시동을 걸어야 할 시기입니다. 당연히 정부가 고민해야 할 몫입니다. 나중에 '일 터지면 그때 뿐'이라는 말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턴 : 강윤서, 정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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