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지 합병 투표 종료…압도적 가결·합병 '초읽기'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현지시간으로 27일 오후 종료됐습니다.

이번 투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에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졌습니다.

러시아는 투표를 통해 이들 지역을 정식으로 자국령으로 선언하면 향후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필요하면 영토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쓰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번 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대화의 문도 막힌 채 더욱 치열한 전투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로이터, 타스 등 통신에 따르면 치안 문제로 시간이 연장된 도네츠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투표가 이날 오후 5시 종료됐습니다.

이들 지역의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 정도이자 포르투갈 전체와 맞먹습니다.

4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저녁 투표 예비 결과가 나오고 최종 결과는 앞으로 5일 내 확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모스크바 선관위 방송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약 15~20%의 투표를 개표한 결과 지역별 찬성률은 96~98%에 달했습니다.

광고 영역

이에 따라 4개 점령지 모두에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영토 합병이 가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는 영토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97%의 찬성률로 가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기간 내내 러시아군이 현지를 점령한 가운데 선관위가 주민들을 방문하며 사실상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는 증언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개표 결과 영토 편입안이 가결되는 대로 후속 절차를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이 오는 30일 러시아 의회에서 상·하원 연설이 예정돼 있다"며 "이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이를 의결한 뒤, 29일 상원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번과 '닮은 꼴' 사례인 크림반도 합병은 투표부터 영토병합 문서 최종 서명까지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전선 전역에서 교전이 지속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치러졌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동부 하르키우주를 대부분 탈환하고 헤르손과 루한스크주까지 위협하는 등 전황이 급변하면서 투표 일정이 갑작스럽게 정해졌습니다.

러시아는 주민투표를 통해 이들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화함으로써 전쟁 명분을 강화하고 자원 동원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민투표 일정이 결정된 이튿날인 지난 21일 동원령을 발동하는 한편 점령지의 자원병과 민병대에 법적으로 군인 지위를 보장하는 조치를 명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동원령이 벌써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번 투표를 통한 영토 합병 이후 전쟁의 성격이 바뀌게 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지금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특별 군사 작전'을 벌여왔다면, 앞으로는 자국 영토에 대한 침공을 방어하기 위한 사실상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국가와 국민 방어를 위해 분명히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며 "이는 허풍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주민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영토 탈환 공세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주민투표가 종료됐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고 결과도 나올 것"이라며 협상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이날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푸틴의 이번 결정이 정치와 외교, 전장의 작전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방 역시 이번 주민투표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모색하고 있어 이번 전쟁의 장기화와 격화가 불가피해지게 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