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할 사람 아냐"…'가해자 선처' 집단 탄원 방치한 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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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추행 피해 직원이 2차 피해를 입는 걸 막지 못한 공기업이 정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영순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공단에 대한 기관경고를 권고한 데 따른 겁니다.

인권위는 공단 전 직원에 대해 인권 교육을 실시하고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라고 함께 권고했습니다.

사건은 2019년 10월 발생했습니다.

당시 공단 직원 A 씨는 출장을 가는 차량에서 피해자가 잠이 든 틈을 타 피해자의 신체를 부적절하게 접촉했습니다.

잠에서 깬 피해자가 항의하자 A 씨는 "미안하다", "괜히 관심이 갔나 보다"라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말을 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대전지법 1심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을 걸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A 씨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A 씨와 다른 직원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로부터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습니다.

탄원서에는 "A 씨는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A 씨 호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의 오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걸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공단 전체 직원 250여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0여 명이 탄원서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처리하는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된 걸로 전해졌습니다.

피해자로부터 관련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집단 탄원을 '2차 가해'로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집단 탄원을 주도한 B 씨를 징계하라고 공단에 권고했고 공단은 B 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B 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햇습니다.

A 씨는 형이 확정된 뒤 당연면직 처리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2차 가해로 인한 징계는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박영순 의원은 "공단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가해자를 두둔했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게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성 비위는 신속한 사건 처리뿐 아니라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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