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D포럼

[SDF다이어리] 마음껏 물어봐 주세요. 저는 '사람책(Human Boo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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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보고, 의미 있는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한발 앞서 새로운 지식과 트렌드를 접하고 싶으신 분들은 SDF다이어리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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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고에 들어서면, 오래된 책들이 풍기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다지 향기롭진 않지만, 딱히 싫지도 않은…. 우리 기억 속 할머니 방 냄새와 닮았달까요? 빳빳한 새 책에선 느끼기 힘든, 어딘가 모르게 정겹기도 한 그런 냄새입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적인 당신을 위한 인사이트, 118번째 'SDF다이어리'는 저희가 찾고 있는 상당히 독특한 '책' 이야기, 조금은 다른 '삶'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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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사람책 도서관'

지난 SDF다이어리(

덴마크에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다고?

)를 통해 '사람도서관'(The Human Library)이 무얼 하는 곳이고, 주로 어떤 '사람책'(Human Book)을, 어떤 취지로 대여하는가에 대해선 감 잡으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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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해당 뉴스레터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세 줄로 요약하자면, 이 정도 아닐까 싶은데요, 여러분은 내 안의 '편견과 오해'들, 없앨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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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예상하신 대로 오는 11월 3일, 2022 SBS D포럼장에는 특별한 '사람도서관'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10여 권의 사람책(Human Book)이 한 번에 30분씩, 자신을 선택한 독자들을 만나게 될 텐데요. 어떤 '사람책'이 본연의 취지도 살리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가 저희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평소에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 쉽지 않았던, 상대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책

이 있다면 의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책' 의견 보내기 ▶

https://forms.gle/cRYwE5go8WXBPfaf6

)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여러 교수님들 자문도 구하고, '사람도서관'을 처음 만든 덴마크 팀과 논의해 일부 '사람책'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 중입니다.

발표나 강연처럼 거창하지는 않아도, 불특정 다수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전혀 머뭇거림 없이 "'사람책'이 되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며 나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람책' 지원자 가운데, 시각장애인 한혜경 씨와의 사전 인터뷰를 살짝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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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오후, SBS

Q. '사람책'이 되어보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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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단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휴먼북(

사람책

)'이라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고, 우리가 보통 장애인, 미혼모 이런 식으로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저 자신도 갖게 되는 편견이라는 게 있는데 그 편견이 아니라, '내가 이 사람을 하나의 책으로 생각을 하고 읽어보겠다'라는 거라서 그 취지 자체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Q. 사람책이 된다면 독자들과 어떤 대화가 오가기를 예상(?), 기대하나요?

A. "그냥 그런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저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떤 편견들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래서 '딱히 막 이걸 나는 꼭 풀어야겠어'라는 게 있다기보다는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얘기를 나누면서 그런 부분들을 서로 풀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Q. '사람도서관' 활동을 통해 바라는 변화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A.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해해볼 의지가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통해 저 같은 시각장애인의 고민을 각자 서 있는 분야에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Q. 예비 독자들에게 '사람책'으로서 '나'를 홍보한다면?

A. "하하, 이거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는데. 나를 읽어야 되는 이유라…. 새로운 관점으로 뭔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으니까? 왜냐하면, 시각이라는 감각이 보통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감각의 80%를 차지한다고 해요. 그게 없는 사람의 삶을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Q. 예비 독자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으실까요?

A. "너무 조심스러워 하지 말고 질문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편하게 물어봐주시면 저도 편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상시에 조심스러워서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좀 허심탄회하게 질문하고, 또 대답하고 이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편견이라는 것은 가장 솔직할 때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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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람책' 섭외 과정에서 저희도 가장 어려웠던 게 바로 용어의 선택이었습니다. 한혜경 씨와는 줌(ZOOM)을 통해 사전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앞이 안 보이는 분에게 줌 인터뷰를 부탁해도 될지부터, 본인에게는 전화 인터뷰와 똑같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할 때도 그렇게 '대놓고' 물어도 될지 머뭇거렸습니다. 인터뷰 내내 '편하게 물으셔도 된다'는 말을 수 차례 들어야 했죠.

한 번은 성소수자분과 처음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데, '○○○ 씨 소개로 전화 드렸는데,

동성애자 맞으시죠?

'라는 첫 질문부터 망설여졌습니다. 소개 과정에서

얼마나 잘 전달이 됐는지도 걱정이 됐지만

, '이렇게 대놓고 물어도 될까?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어떤 단어로 어떻게 물어야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까?'라는 복잡한 생각들이 들어

쉽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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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 만나거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조심스러움'은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일 겁니다. 상대방이 소수자일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죠.

그 '조심스러움'이 필요 없다는 얘기를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조심스러움'을 가지고 나를 대하면 그 역시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지, 그런 과한 '조심스러움'의 기반에는 어쩌면 '편견'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혜경 씨는 최근 여러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며 '장애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는데요, 아마 어른들만큼 편견이 없어서겠죠? 초등학생들은 전혀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게 불편하거나 당황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요.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마음이 기반에 깔려 있다면, 과한 '조심스러움'은 걷어 내고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아무도 책을 읽을 때 '조심스럽게' 책장을 펼쳐보지는 않을 테니까요. '사람도서관'을 '사람책'으로 채우는 과정에서 든 또 다른 고민 한 가지도 이번 SDF다이어리를 통해 구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사람도서관 이용은 어떻게? 신청은?

2022 SBS D포럼의 '사람도서관' 이용 방법은 추후 저희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공지하겠습니다(https://www.sdf.or.kr). 사전 신청도 받을 예정이오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생각지 않게 길어진 뉴스레터를 마치며, '사람도서관'의 '사람책' 이야기와 닮았달까요? 며칠 전 보았던 드라마 속 대사 한 구절 옮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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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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