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제3의 전성기'…칸 기립박수 이어 에미상 트로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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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50)가 12일(현지시간)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아시아 국적 배우로도 최초 기록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에서 네 번째로 들어 올린 연기상 트로피입니다.

앞서 이정재는 미국배우조합상, 스피릿어워즈, 크리틱스초이스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에서 사채업자들에 쫓기다 생존 게임에 참가한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했습니다.

술과 도박에 빠져 폐인처럼 살아가면서도 사람에 대한 믿음만큼은 놓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동안 '폼 나는' 배역으로 국내에서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정재는 이번 작품에서는 지질한 중년 남성 역을 맡아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습니다.

후줄근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장 바닥에 쭈그려 앉아 달고나를 정신없이 핥아대는 모습은 기훈의 절박한 처지를 시청자들에게 온전히 전달해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모델 일을 하다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연기 데뷔를 한 이정재는 청춘스타로서 제1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1990년대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1995)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윤혜린(고현정 분)의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은 그는 한 발 뒤에서 혜린을 묵묵하게 지키는 모습으로 여심을 훔쳤습니다.

이후 영화 '태양은 없다'(1999)로 27살의 나이에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연예계 대표 '절친'으로 소문난 배우 정우성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렇다고 젊고 멋진 배역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30·40대 배우로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갔습니다.

작품마다 180도 바뀐 모습으로 다양하게 등장해 '캐릭터 수집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영화 '정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앳된 청년 우인, '선물'에서는 시한부 통보를 받은 아내만을 위해 무대를 준비하는 무명 개그맨 용기, '태풍'에서는 강인한 해군 장교 강세종, '사바하'에서는 신흥종교단체의 실체를 쫓는 속물 박 목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형제를 죽인 청부살인업자를 향한 복수를 꿈꾸는 레이 역으로 매력을 발산했습니다.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작인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에서는 욕망에 충실한 주인집 남자 훈으로 분해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후 영화 '도둑들', '신세계', '관상', '암살', '신과 함께' 등 출연 영화들을 연달아 히트시켰습니다.

천만 관객을 넘어선 출연작이 4개나 됩니다.

지난해부터는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로 등극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당당히 세계적 대우 배열에 오르면서 스타워즈 시리즈 '어콜라이트'(The Acolyte) 주인공에도 캐스팅됐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 세계에 걸쳐 엄청난 많은 팬을 확보한 대중문화 콘텐츠여서 이정재는 이를 계기로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는 이정재가 4년간 공들여 만든 첩보 영화 '헌트'로 감독 데뷔를 한 특별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정재가 각본부터 연출, 연기까지 맡은 '헌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공개됐는데, 영화가 끝난 이후 긴 기립박수가 쏟아졌습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개봉해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6년 전부터는 절친 정우성과 함께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 역량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컴퍼니에는 배우 안성기, 염정아, 고아라, 박소담, 이솜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이정재가 정점이라고 여겨지던 시기를 지나서도 또다른 전성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 근성 덕분입니다.

이정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대치를 뛰어넘어야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기대치만큼 하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작품에 임하는 태도를 밝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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