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나란히 '직위 하향'된 두 4급 서기관…교정본부의 '인싸'를 위한 인사

법무부 교정본부 '인사 비리' 시리즈 취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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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 교정본부에는 두 번의 인사 발령이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초, 교정본부 코로나19 대응 부서의 책임자 A 씨는 서울 구치소 부소장에 배치됐습니다. 지난달 초, 지방의 한 교도소장 B 씨는 다른 지방 교도소의 부소장으로 보내졌습니다.

4급 서기관 두 사람이 일선 교도소의 부소장으로 보내진 두 차례의 인사 조치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정기 인사 기간'에 벌어진 인사가 아니었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통상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 인사를 냅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상반기 공식 인사에 이어, 하반기 인사는 8월에 예정돼있었습니다.

또, '거꾸로' 인사였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법무부 소속 공무원 보직 관리기준'에 따르면 같은 4급 서기관일지라도 초임 서기관과 중견 서기관이 갈 수 있는 자리를 구분해놨습니다. 대개 부소장에서 소장·본부 과장 순으로 발령하게 돼 있죠. 이를 역행하는 인사를 '직위 하향' 인사라고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두 인사지만, 하나는 '특혜'이고, 다른 하나는 '불이익'이었습니다.

참고 기사
▶ [단독] 음주운전했는데 부소장 발령…봐주기 인사 논란
▶ [단독] "교정본부, 사실상 퇴직 강요…거부하자 직위 내려"
음주운전 한 A 서기관이 어떻게 서울구치소 부소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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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A 씨의 인사를 보겠습니다. A 씨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교정본부 코로나 관련 부서에 책임자로 왔습니다. 부산구치소·안양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올 상반기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본부에서는 성공적이었다는 직무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A 씨는 경기도 용인시 동백역 인근에서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음주 측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92%.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지난 4월 A 씨는 서울구치소 부소장에 발령됐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교정본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음주운전한 사람을 소위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구치소에 발령하는 게 말이 되냐", "음주운전한 사람은 200km 밖으로 보내야 하는데 왜 그러지 않았느냐"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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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교정본부 온라인 커뮤니티 '담장 밖의 교도관' 글 발췌

규정에 없는 '임시 인사 조치' 마음대로 내린 교정본부

SBS 취재진은 해당 의혹을 살펴봤습니다. 2018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하달한 비공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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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12일 법무부 장관 하달 '음주 운전 등 문책 전보 절차 변경'

'비위 사실 적발 ► 징계 의결 ► 문책 전보 실시' 의 순서로 진행됐던 문책 절차는 '비위 사실 적발(수사 개시 통보 포함) ► 문책 전보 실시'의 순서로 바뀌었습니다.

즉, 비위 사실을 적발한 즉시 자체 징계를 내리기 전에, 문책성 전보부터 보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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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줄지 않자, 직원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내려진 특별 조치였습니다.

그럼 문책 전보는 어떻게 보내져야 할까요? 법무부 훈령에 따르면 중징계의 경우 200km 내외, 경징계의 경우 100km 내외의 전보 인사가 나야 합니다. 중징계에 해당하는 A 씨가 새로 부임한 서울구치소(경기도 의왕시)는 원래 근무하던 교정본부(경기도 과천시)와 직선 거리가 3km도 채 되지 않습니다.

법무부에 "왜 A 씨에게 200km 내외로 문책 전보가 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문책 전보' 아니고 '임시 인사'…법령에 없는 조치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습니다. "해당 인사는 '문책 전보'가 아니고 '임시 인사 조치'였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즉시 문책 전보를 내는 게 맞지만 5급 이상 공무원 수가 적어 대체 인사를 낼 수 없었고, 불가피하게 임시 조치를 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었습니다. A 씨가 음주운전한 지 넉 달이 다 돼가지만 규정대로 진행되긴커녕, 규정에도 없는 조치가 이뤄졌던 겁니다.

답변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지난해 4월 9일에도 A 씨와 같은 교정본부 소속 4급 서기관이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이땐 2주 후 곧바로 문책 전보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5급 이상 공무원 수는 이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A 서기관에 대한 임시 인사 조치>

해남 교도소장 → A 서기관

A 서기관 → 서울구치소 부소장

서울구치소 부소장 → 해남 교도소장

- 법무부 교정본부 인사 담당자 설명

또, 법무부에서 A 씨에 대한 임시 인사라고 해명한 인사 조치를 보겠습니다. 해남 교도소장을 A 씨의 자리에, A 씨를 서울구치소 부소장에, 서울구치소 부소장을 해남 교도소장으로 보내는 '삼각 트레이드'가 이뤄졌습니다. A 씨와 해남교도소장의 자리를 '일대일'로 바꿨다면, 이상 없이 문책 전보 인사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서울구치소 부소장이 인사 조치에 포함되면서 정작 음주운전 한 A 씨는 요직으로 향하고, 애꿎은 부소장만 지방에 가게 된 건 아닌지 의문점이 남습니다.

논점 흐린 답변 내놓은 법무부

기사가 나가자, 세 시간도 안 돼 법무부는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

법무부는 위 공무원에 대하여 해당 직급의 정원 및 결원 현황 등을 감안하여, 2022. 4. 5. 교정본부 코로나 대응단장에서 서울구치소 부소장으로 전보 인사를 실시하였으며, 이후 위 공무원은 직위해제되어 징계 절차를 거쳐 현재 정직 중입니다.

앞선 전보 인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전이기는 하나, 향후 법무부는 공직기강 확립 및 신뢰받는 공직문화 조성을 위해 비위행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 법무부 설명자료

법무부는 기사의 논점을 흐리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음주운전 한 A씨에게 내려져야 할 징계 절차는 크게 두 가지, 문책성 전보와 징계 의결입니다. 기사에서 지적한 "문책성 전보를 왜 안 했는지"에 대한 대답 대신 기사에서 문제 삼지 않은 '징계 의결'에 대한 답변을 내놓은 겁니다. 법무부에서 내놓은 징계도 SBS의 취재가 시작된 사건 발생 두 달 후에서야 급히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공로 연수 강요당한 B 서기관, 거절하자 인사 불이익

자, 이제 B 씨의 인사입니다. B 씨는 올 초 소장에 부임했습니다. 지방의 교도소였지만, 정년을 1년 6개월 앞둔 시점 처음 맡은 소장이라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부임 석 달 만인 지난 4월 교정본부 인사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년퇴직예정자 퇴직준비교육', 즉 공로 연수는 정년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에게 퇴직 후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주는 일종의 '복지 제도'입니다. 이 기간 대부분 공무원은 집으로 돌아가 교육 기관으로 출퇴근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 공로 연수는 정년이 6개월 남은 공무원에 한해 선정하는 게 원칙입니다. 단, 기관장이 필요하다고 할 땐 6개월 초과 1년 미만에서도 선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드시 당사자가 동의해야 합니다.
- 공무원 인재개발 업무처리지침 참고

B 씨가 이 조항에 근거해 "임기를 1년만 채우고, 6개월 남은 시점에 공로 연수를 가겠다"고 말하자, 인사 담당자는 "선택은 자유지만 자리는 유지할 수 없다"며 "기관장으로 명예롭게 퇴임할지, 과장으로 불명예 퇴임할지 고민해 보라"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이후 수차례 전화가 오고, 공로 연수 신청 기한이 늘어나는 등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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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B 씨는 7월 1일 자로 다른 지방 교도소의 부소장으로 보내졌습니다.

왜 강요했냐 묻자, "적재 적소 원칙 인사"

취재해보니, 교정본부는 B 씨를 포함해 정년 퇴임을 1년 남겨둔 10명의 소장들에게 공로 연수를 신청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8명의 현직 소장들은 공로 연수에 들어갔고, B 씨와 함께 끝까지 버틴 다른 소장은 지방 교도소의 부소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공로 연수에 들어간 한 소장은 "일방적으로 이유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하는데 어떻게 얘기하겠냐"며 "(본부의 결정에) 서운했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에 "왜 정년이 1년 남은 사람들에게 공로 연수를 강요했는지" 물었습니다.

법무부는 "공로 연수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며, 다만, 기관장의 경우는 직무 태도, 조직기여도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 원칙에 따라 인사하고 있다

"고 밝혔습니다. 강요를 묻자, 적재적소라는 대답이 돌아온 것입니다.

'교정공무원 인사운영 규칙'에 따르면 중견 직위에 있던 B 씨를 초임 직위에 보내기 위해선 업무 실적이 미흡하거나 징계 처분을 받는 등 10가지의 이유 중 하나가 필요합니다. 'B 씨는 어떤 이유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는지' 법무부에 다시 물었습니다. "특정인의 인사 경위와 관련된 사항은 비공개사항으로 확인하여 드릴 수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강요한 적은 없지만 안내할 수는 있어"

어렵게 교정본부 최고위 관계자와 연락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SBS 취재진에

"A 씨가 중책을 맡고 있고 5급 이상 공무원 수가 적어 대체 인사를 내기 어려웠다"

며 "8월 정기인사에서 문책 전보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B 씨에 대해선

"(공로 연수를) 강요한 적은 없지만 안내할 수는 있는 것 아니냐"며 "인사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니"

라고 말했습니다. 교정본부가 인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법조계는 이 두 사안을 두고 인사권자에게 '직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박종민 변호사는 "만약 징계 절차나 징계 내용이 부당하고, 그 과정에서 상부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는 등의 정황이 있다면

직권 남용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고 말했고, 오정균 변호사는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피해자 본인이 원치 않는 그리고 불이익한 인사 조치를 한 사안으로서 이 경우 직권남용의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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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정본부 내의 인식을 두고, 법무부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한 교정본부 고위 관계자는 "음주운전 한 A 씨는 교정본부장과의 친분 관계로 유명했다"며 "이러니 직원들 사이에선

'봐주기 인사'

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인사 적체가 아무리 심할지라도, (B 씨와 같은) 소장들에게 동의도 받지 않고 공로 연수를 가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같은 법무부 소속이었던 전직 검사는"우리 조직에서 공로 연수를 강요하는 관례는 없어진 지 오래"라며 "

교정본부의 폐쇄적인 문화

로 볼 수 밖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싸'는 혜택 보고, '아싸'만 불이익당하는 인사 조치

현직 교정본부장은 이달 11일 퇴임식을 엽니다. 보장된 임기는 내년까지지만, 갑작스레 '명예'퇴직을 신청한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법무부 감찰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B씨가 경찰에 본부장 등을 직권 남용·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감찰 착수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인싸'란 인사이더(insider)에서 파생된 말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교정본부에서는 규정까지 위반해가며 조직 내 '인싸'들을 위한 인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두 4급 서기관은 모두 부소장이 됐지만, '인싸'는 혜택을 봤고 '아싸(outsider)'는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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