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2일, NASA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사진 5장이 공개됐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발사한 미국의 제임스 웹 망원경으로 찍은 우주의 사진들인데 혹시 독자 여러분 보셨나요? 인류 역사상 가장 선명한 우주 사진들을 유튜브 라이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경이롭더라고요. 14일에는 제임스 웹 망원경의 세부 데이터가 공개됐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우주의 기원을 알아보기 위해 우주의 깊은 곳으로 렌즈를 향했다면, 마부뉴스는 세상 곳곳의 데이터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주 마부뉴스의 렌즈가 향한 곳은 바로 강입니다. 오늘은 여름이면 강물에 나타나는 녹조에 대해 살펴보려고 해요. 때마다 여름이면 뉴스에는 녹조 이야기가 가득한데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건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 건지 데이터를 통해 정리해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녹조라떼가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고?"
450마리 코끼리 떼죽음... 범인은?혹시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뭔지 아시나요? 바로 코끼리입니다. 성체로 자란 코끼리의 평균 몸무게가 2~6t이라고 하니 엄청나죠? 총으로 무장한 인간을 제외한다면 성체 코끼리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동물입니다. 게다가 비인간 인격체로 불릴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기도 하죠.
예전에만 하더라도 코끼리 개체수가 많았는데 인간 때문에 지금은 얼마 없어요. 아프리카 코끼리가 과거엔 1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됐지만 상아 밀렵, 서식지 파괴로 지금은 30~40만 마리 규모로 급감했거든요. 그중 13만 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보츠와나라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서두가 좀 길었죠? 뜬금없이 코끼리 이야기를 왜 꺼냈냐면 보츠와나에서 발생한 코끼리 떼죽음 사건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보츠와나에 서식하는 코끼리 44마리가 갑자기 사망했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 계속 늘어나더니 6월 중순까지 돌연사한 코끼리는 350마리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1월까지 총 450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했죠.
과학자들이 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수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진 조사 결과 코끼리 떼죽음의 원인은 다름 아닌 세균의 신경독 때문이었어요. 시아노박테리아라는 세균이 생성하는 신경독으로 450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죽음을 맞이한 거죠.
그런데 이 신경독, 어떻게 코끼리의 몸에 침투할 수 있었던 걸까요? 밀렵꾼이 주사를 놓은 걸까요? 정답은 물 웅덩이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라고 하면 좀 어려운 학술용어로 느껴지지만 사실 녹조를 일으키는 남세균을 일컫는 말이거든요. 남세균의 일부 종은 독(마이크로시스틴)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독이 퍼진 물을 코끼리가 마시면서 죽게 된 거죠.
녹조의 독이 얼마나 세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의 독성은 어마어마합니다. 청산가리의 100배가 넘는 독성을 가지고 있거든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에 포함될 수 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최대치 기준을 1ppb 이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WHO가 제시하는 비소와 납 기준은 10ppb. 수은이 6ppb 정도고 유독성이 강해 지금은 금지된 살충제 DDT가 마이크로시스틴과 동일한 1ppb입니다. 녹조의 독성물질이 DDT와 비슷한 급이라는 거죠.
* 참고로 ppb는 part per billion으로 10억분율을 의미합니다. 백분율을 나타내는 %, 백만분율을 의미하는 ppm(part per million)과 비슷한 단위죠.
Q. 시아노박테리아,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혹시 시아노박테리아를 어디서 들어본 적 있나요? 지구의 역사, 생명의 기원에 관심 있다면 아마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시아노박테리아는 사실 지구 생명체에 있어서 아주 대단한 존재거든요. 지구 역사상 최초로 광합성을 시작한 생명체가 바로 이 시아노박테리아입니다. 이 박테리아 덕분에 지구에 넘쳐났던 온실가스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산소가 채우게 됐어요.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오존이 만들어졌고 성층권에 오존층이 만들어진 것도 시아노박테리아의 영향이죠. 산소도 많아지고, 오존층으로 유해한 광선도 차단되면서 물에서만 살던 생명들이 마침내 육지로 진출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녹조 상황은?그렇다면 이렇게 강한 독성을 가진 녹조는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WHO에서는 남세균(혹은 남조류)이 녹조를 발생시키는 조건 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아래에 정리한 조건 중에 수온과 강수량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워요.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빨라지고 잦아지는 걸 우리가 어떻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영양분, 특히 인의 농도와 체류 시간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정되곤 합니다.
● 남세균이 먹고 자랄 영양분이 풍부할 때 : 영양분 중에 특히 인(P)이 많을 때에 남세균이 신이 나는데, 리터 당 총 인 농도가 20~50㎍을 초과할 경우 녹조가 발생할 조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수온이 높을 때 :
남세균은 수온이 높으면 번식이 활발해집니다. 그래서 수온이 25도를 넘길 경우엔 녹조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죠.
● 체류 시간이 길 때 :
흐르는 물에선 남세균이 번식하기가 어려워요. 물의 체류 시간이 1개월을 넘기게 되면 녹조 발생 확률이 UP
● 성층화 현상으로 물이 안정화됐을 때 :
수온이 높고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물이 순환하지 않고 고정되는 성층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표층의 물은 뜨겁고, 아래층의 물은 차가워지면서 물이 뒤섞이지 않게 되면 역시 남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져 녹조가 발생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얼마나 많은 녹조가 생기고 있을까요? 환경부의 물환경 정보시스템 데이터를 가져와봤습니다. 환경부는 1998년부터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하천, 호소에 대해 조류 경보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독성이 강한 녹조가 우리 식수에 포함되면 큰일 나니까 미리미리 관리하겠다는 거죠.
물환경 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는 2000년부터 전국 측정소의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로 나타내기엔 너무 많아서 2015년부터 월 단위로 한강과 낙동강의 측정소 데이터를 중심으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각각 12곳의 측정소, 총 24곳을 대상으로 유해한 남조류 세포수(로그 스케일)에 따라 색깔을 칠했습니다. 참고로 환경부가 체크하고 있는 유해 남조류는 4종인데, 녹색이 진할수록 유해 남조류가 늘어났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연도별로 가운데에 해당하는 달(6~7월)부터 녹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게 한눈에 들어올 거예요. 위에서 말했던 녹조 발생 조건을 살펴보면 여름이 녹조 생기기 참 좋은 환경이거든요. 뜨거운 여름엔 수온이 상승할 거고, 강수량이 적으면 흘러나가는 물이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보에 체류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성층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는 거죠.
특히 낙동강이 심각합니다. 낙동강은 중상류 지역에 대규모 공단이 위치하고 있어요. 그 탓에 수질 오염원을 관리하기가 어렵죠. 그런데도 상수원 보호구역 등 규제 면적은 한강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강은 6,040㎢가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는데 반해 낙동강은 3,116㎢ 밖에 되질 않거든요. 거기에 폐수 배출량은 낙동강이 한강의 3배 수준! 낙동강의 일일 폐수 발생량은 70만 5,597㎥나 되지만 한강은 21만 5,141㎥에 불과해요. 강에 들어오는 오염원은 많고 규제 면적은 적으니 낙동강에 녹조가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녹조 발생이 잦으면서 코끼리 떼죽음의 원인이었던 녹조의 독성 물질도 이따금 발견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프에서 하얀 점으로 표시된 달은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던 때입니다. 낙동강 측정소에서는 매 해 여름마다 독성이 발견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반면 한강은 2015년 이후 발견된 적이 없어요. 24곳의 측정소에서 확인된 마이크로시스틴의 최대치는 1.3ppb. 환경부에선 조사된 독성물질이 상수도 처리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지난해 여름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25곳과 금강 5곳에서 시료를 체취해 분석해봤는데 낙동강에선 총 14곳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20ppb를 초과한 것으로 나왔거든요. 20ppb는 미국이 정한 레저활동 기준치입니다. 가장 높았던 곳이 낙동강 국가산단 취수구 부근인데 무려 4,914ppb가 검출되었어요. 창녕함안보 상류에서도 4,226ppb로 상당한 수치가 나왔죠. 수치가 너무 크게 차이 나니까 환경단체에서는 환경부의 현재 측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음식물에 묻은 녹조 독성물질이런 녹조 독성물질이 우리 식탁에 올라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어요. 올해 3월 환경단체에서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쌀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환경단체에서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재배한 쌀 시료 2개를 분석해 봤더니 쌀 1㎏당 3.18㎍, 2.5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60㎏ 성인 기준 섭취량으로 바꿔보면 하루에 마이크로시스틴을 0.7~0.9㎍ 먹는 셈입니다. 어느 정도의 양인 건지 감이 안 올 수 있으니까 해외 기준을 가져와봤어요.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의 환경보호국에서 제시하고 있는 간병변 기준치가 하루 0.384㎍입니다. 낙동강 하류의 쌀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기준치의 2배가 넘는 독성이 묻은 쌀이 생산된 거고요. 프랑스에선 생식 독성 기준을 0.06㎍로 보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최대 16배의 독성물질을 먹게 되는 거죠.
쌀뿐만이 아닙니다. 이전부터 환경단체에서는 녹조 독성물질이 묻어 나온 농식물을 발표하고 있었는데, 지난번 조사에선 금강 근처에서 수확한 현미와 낙동강 근처에서 생산한 배추,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었거든요. 금강 하류 정미소에서 구입한 현미에선 ㎏당 1.30㎍, 낙동강 중류 부근 밭에서 재배된 무에선 1.85㎍, 낙동강 하류의 배추에선 1.10㎍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어요.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시스틴이 300도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아서 밥을 짓거나 요리를 하더라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부는 농작물에서 발견된 독성이니까 환경부 관할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녹조 독성물질에 대한 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라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죠. 식약처에서는 올해 안에 마이크로시스틴 분석법을 개발하여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잦아지는 녹조지구가 뜨거워지고 폭염이 잦아지면서 앞으로 녹조는 더 잦아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예요. 단순히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녹조는 발생하고 있는데, 해외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죠. 지난해 중국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녹조가 발생했는데, 칭다오 해역에서 녹조에 의해 피해를 받은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80%에 달할 정도였어요. 칭다오에서 생산하던 해삼, 굴은 큰 타격을 입었고요.
미국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마나티는 녹조 때문에 1년 사이에 전체 개체수의 10%가 사망했어요. 플로리다 생물다양성센터 소장은 사망한 마나티의 대부분이 영양실조의 영향으로 보고 있는데, 마나티가 먹어야 할 해초가 녹조 때문에 제대로 자라지 못한 탓이죠. 뉴욕에선 녹조로 인한 해변 폐쇄 건수가 과거에 비해 급증했고, 녹조로 인한 질병 신고 건수가 430건(사람 63건, 동물 367건)에 달할 정도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자주 찾아오는 녹조가 지구온난화의 새로운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녹조 발생 조건 중에 영양분이 풍부한 경우를 이야기했었죠? 물에 영양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넘쳐나는 현상을 부영양화라고 하는데, 이렇게 부영양화된 호수와 물웅덩이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이 상당하거든요.
캐나다 퀘벡 대학과 미네소타 대학 팀이 2018년에 발표한 논문을 살펴보면, 전 세계 호수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연간 5.5억t에서 10억t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따지면 115.5억t에서 210억t 규모죠. 2020년 기준 중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107억t이 안되는데, 그보다 많은 양이 전 세계 호수에서 배출되고 있어요.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녹조가 과거보다 더 많이 생기고, 녹조와 부영양화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배출되면서 또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그러면 다시 녹조가 창궐하고… 녹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적극적으로 수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겠죠. 식량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신속한 대책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녹조에 대해 데이터로 살펴보고, 위험성을 돌아봤어요. 실제 녹조의 독성물질이 묻어 나온 농산물들이 생산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이 나와야 할 겁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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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도연, 주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