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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사비 탈탈 털어 가며 국민을 지키는 경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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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건널 때 보행 신호등 옆 노란색 작은 의자를 보신 적 있나요?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된 '장수의자'입니다. 33년차 경찰인 유창훈 포천경찰서 경무과장(경정)이 지난 2019년 남양주경찰서 별내파출소장으로 재직할 때 직접 개발한 의자입니다. 

[유창훈 / 포천경찰서 경무과장 : (2019년 당시) 남양주 쪽이 (교통사고) 사망 사고가 좀 많이 나는 도시였는데, 어르신들이 무모할 정도로 무단횡단을 하시더라고요. 그 무단횡단을 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 그랬더니 뭐 그중에 어느 어르신이 그러더라고요. '무릎하고 다리 아프니까 그거 언제 기다려.' 그때 바로 답이 나왔어요. 무릎하고 다리만 안 아프게 해 드리면 무단횡단을 안 하시겠구나."]

하지만 장수의자 개발부터 설치까지는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유 과장은 200만여 원의 사비를 써가며 직접 업체에 생산을 맡겼고, 근무하던 관할 지역에 설치했습니다.

[유창훈 / 포천경찰서 경무과장 : 견본품도 만들어야 하고, 또 그 견본을 만들려면 새로운 시설도, 시스템을 구축을 해야 하고, 새로운 인력도 들어가야 하고, 그러니까 웬만한 업체에서는 거부를 했었는데…. 우선 제가 사비로 60개 사서 일차적으로 17개 교차로에 우선 60개 먼저 설치했습니다.]

장수의자는 실제 노인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입증돼 현재 전국 70여 개 자치단체에 설치됐고, 확대 적용되는 중입니다. 그런데 유 과장이 아이디어를 내 현장에 적용한 행정 사례는 이게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2013년 구리경찰서에서 재직할 때는 특수 형광 물질을 이용해 절도범과 성범죄자를 잡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는 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받아 주택가 가스 배관 등에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특수 형광 물질을 도포해 범죄 예방에 나섰고, 이 아이디어도 다른 자치단체로 확대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바닥 LED 신호등도 유 과장이 남양주경찰서 재직 당시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해 전국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또 드론을 이용한 실종자 수색이 상용화되기 전인 2015년엔 취미로 드론을 조종하던 팀원을 보고 실종자 수색 현장에 드론을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려고 노력하는 유 과장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유창훈 / 포천경찰서 경무과장 : (어릴 때) 부모님께서 '장돌뱅이'시다 보니까, 5일에 한 번씩 마을을 옮겨 다니면서 장사를 하시는데 그 시절에는 경찰지서에 가서 장사하려면 (경찰에게) 용돈도 찔러주고, 뭐 사실 그런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주섬주섬 갔다가 오시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희한한 경찰이 다 있다'고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돈을 안 받는다고, 돈 안 받을 테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장사나 잘하고 가시라고 그랬다고. 어머니가 그러시는 거예요, '참 저런 사람도 처음 봤다, 장사를 다녀봐도. 너도 기회가 되면 저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33년 동안 경찰로 일한 뒤 이제 곧 정년을 맞이하는 유 과장은 인터뷰 끝 무렵 동료 공무원들에게 '공무원 한 사람이 변하면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유창훈 / 포천경찰서 경무과장 : 책상에 앉아서 판단하는 인권, 규정 이거 따지다 보면 시민들은 계속 돌아가시고, 찾지 못하고, 그게 과연 국민을 위한 건지. 그래서 저는 항상 위에다 얘기하는 게 지침을 만들든지 당신네들 역할은 그거고, 나는 국민을 위해서 일선에서 뛰는 게 내 역할 아니냐. 공무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면 많은 걸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민의 입장에서 고민해 아이디어를 내고, 현장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경찰, 이런 분이 진짜 '민중의 지팡이' 아닐까요?

(취재 : 백운 / 영상취재 : 신동환 / 구성 : 박정현 / 편집 : 임재호 / CG : 안지현 / SBS Digital 탐사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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