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블린 한 방에 날아가는 탱크, 이제 무용지물?…"탱크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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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탱크 운용 탓에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탱크 무용론'이 불거졌습니다.

탱크는 비싸기만 하면서 느리고 현대전과 맞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탱크는 앞으로도 전장의 핵심 역할을 꾸준히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가 15일(현지시간) 전망했습니다.

갈수록 진화하는 대전차무기에 맞서 탱크도 진화하고 있으며, 적 방어선을 뚫고 보병 진로를 개척하는 탱크의 역할을 대체할 다른 기갑 무기가 아직 개발되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기록하는 '오릭스' 블로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잃은 탱크는 최소 774대에 이릅니다.

이 중 절반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파괴됐고 3분의 1 정도는 포획당했으며 나머지는 정비 불량 등의 이유로 버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 발발 전 약 3천 대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중 4분의 1 정도를 우크라이나군에 맥없이 내준 셈입니다.

러시아군의 헛발질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하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재블린, 영국의 NLAW 등 서방 지원 대전차미사일로 러시아군 탱크를 집요하게 공격했습니다.

탱크가 직접 상대하기 어려운 드론도 광범위하게 활용했습니다.

러시아군 주력 탱크인 T-72는 대량생산을 위해 경량·소형화한 모델입니다.

전면에는 매우 두꺼운 장갑을 덧대 적의 포탄을 막아낼 수 있지만, 측면이나 상단 공격에는 극도로 취약합니다.

공중 150m에서 내리찍는 재블린, 포탑 바로 위에서 아래로 대전차고폭탄(HEAT)을 쏟아붓는 NLAW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T-72 탱크는 폭약과 승무원 사이에 아무런 방탄판이 없습니다.

상단 공격이 탄약고 폭발로 이어지면서 포탑이 마치 뚜껑이 열린 듯 튕겨 나간 장면이 속출한 이유입니다.

전쟁 초기 지휘체계가 엉망이던 러시아군은 공군·포병 지원이나 보병의 선행 정찰도 없이 무턱대고 전장으로 탱크를 밀어 넣는 우를 반복했습니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솜(Somme) 전투에서 처음 등장한 탱크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한 대전차무기의 발전 속도를 넘지 못해 박물관으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격전지에서 병력을 보호하면서 적의 방어막을 뚫고 돌격할 수 있는 무기는 탱크 외엔 마땅히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미 탱크는 각종 첨단 장비를 덧대면서 변화하는 전장에 맞춰 진화하고 있습니다.

가령 러시아가 개발 중인 최신예 T-14 아르마타 탱크는 대전차무기 등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동 방호 체계'(APS)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대전차미사일 등 투사체를 레이더로 미리 감지, 이를 요격하거나 조준을 흐트러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방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르마타는 승무원과 탄약을 방탄 철갑으로 철저히 구분합니다.

다만 이런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양산도 어렵다는 점은 여전한 한계점으로 꼽힙니다.

러시아군의 전술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공중·포병 지원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면 상대의 대전차 무기 공격을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시야를 가리는 연막 등을 장착하는 방식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전장에는 보병 대신 자율주행차량 로봇에 정찰을 맡기고, 탱크가 이런 로봇을 조종하는 현장 지휘센터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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