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혈중알코올농도 역추산, 음주 시작 시점이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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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할 때 쓰는 '위드마크 공식'은 명확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8살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해 1월 1일 오후 3시 37분쯤 술에 취한 채 14㎞ 구간을 운전해 식당에 갔고, 술을 더 마신 뒤 오후 5시쯤 만취 상태로 4㎞를 다시 운전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A씨는 2차 음주운전 뒤 적발됐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7%였습니다.

음주 측정을 못 한 1차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자 0.041%가 나왔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입니다.

검찰은 A씨를 2회 이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몸무게 72㎏인 A씨가 범행 당일 낮 1시 10분쯤 1차 음주를 마쳤다고 보고 검찰의 수사 내용 그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판단해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항소한 A씨는 자신의 몸무게가 74㎏이며 1차 음주 종료 시점이 낮 12시 47분쯤이니 혈중알코올농도를 다시 계산하면 0.029%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인 0.03% 이상에 미치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2심은 검찰 조사에 문제가 없고, 설령 A씨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위드마크 공식 계산을 해도 1차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15%였다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A씨가 마신 알코올양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면 그에게 유리한 자료를 토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해야 하고, 명확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부터 알코올의 분해와 소멸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술을 다 마신 때가 아니라 마시기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경우 A씨의 1차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처벌 기준에 못 미치는 0.028%로 계산됐습니다.

대법원은 또 사건을 돌려보내며 2회 이상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이 나온 만큼 공소장 적용 죄명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도 심리·판단하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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