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구인난' 민주당, 선거 '3연패'를 면할 수 있을까?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입니다. 지난 대선의 포연이 사라지기도 전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시 다가온 것입니다. 지난해 재·보궐선거, 이번 대선에서 연이어 패한 민주당은 다시 선거를 앞두고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엄밀하게 보면,

고요한 것도 또 부산한 것도 원인은 하나입니다. 바로 '구인난'입니다.

국민에게 내놓을 후보가 마땅치 않으니 겉으로는 고요하고, 어떻게든 최적의 후보를 찾아야 하니 물밑에서는 분주한 것입니다. 특히, 존재감 있는 강력한 서울·부산시장, 경기지사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이 고민입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는 당선 시 잠재적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한다는 점에서, 부산은 '영남 진출 교두보'로서 놓칠 수 없는 핵심적인 지역입니다.

서울시장, 박주민 '고민'…우상호, 박영선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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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 의원과 우상호 의원(가운데),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 중인 민주당 현역 의원은 재선 박주민 의원이 유일합니다.

박 의원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앞서 지역위원장을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 박 의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습니다. 한 서울지역 재선의원은 "서울은 무엇보다 '부동산 민심'이 중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박 의원이 전·월세 상한제 등을 발의했다. 그런 가운데 또 본인이 아파트 임대료 26% 인상 '구설수'에 올랐다. 그 점은 확실히 부담이다."라고 평했습니다.

박 의원 외에, 4선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도 후보군으로 분류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당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우 의원은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라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 전 장관 역시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 차출론…"출마 선언한다면 희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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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구인난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거물급 인사 차출론'이 제기됩니다. 소위 '체급이 높은' 인사를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가장 먼저 송영길 전 당 대표가 거론됩니다.

전용기, 이수진(서울 동작을), 이용빈 의원 등은 "송 전 대표를 적극 소환해야 한다.",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라며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 본인도 출마에 뜻이 있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송 전 대표와 가까운 다선 중진의원은 "송 전 대표는 정치 입문 때부터 평생을 대통령을 꿈꿔왔다. 다음 스텝을 위해서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고 싶어 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도 내심 소극적이었는데, 그 역시 대선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천 지역구 의원도 "본인 머리에는 (출마 의사가) 다 있을 거다. 다만, 대선을 졌고 국회의원과 시장도 다 인천에서 했는데, 연고도 없는 서울에 나설 명분이 있느냐, 그게 고민일 거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송 전 대표 출마를 바라보는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싸늘한 편입니다.

연세대 동기이자 운동권 동지이기도 한 우상호 의원은 아예 "선거에서 패배한 지도부를 바로 다음 선거에서 전략 공천한 경우는 없었다."라며 직격 했습니다. 우 의원은 그러면서 "'책임을 진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느냐?' 이렇게 반론이 나올 경우, 당 선거 전체에 영향을 준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다른 다선 중진의원은 "내가 정치권에 20년 넘게 있었는데, 대선에서 진 당 대표가 바로 다음 선거 나온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만에 하나라도, 본인이 그런 생각을 했다면, 출마 선언한다면 정치인이 아니다. 희극인이다. 무슨 코미디 같은 소리냐."라고 냉소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송 전 대표 차출에 대해,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박한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낙연 · 임종석 차출론 역시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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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왼쪽)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당 일각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하기도 합니다.

대선 후보로 인지도가 높고, 서울 종로에서 출마해 당선된 적이 있다는 것이 그 배경입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대선 경선 기간 중 국회의원을 사퇴한 것은 결정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재선 의원은 "아직 들은 게 없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미국으로 연수 가는 것으로 안다. 당에서 '당신이 아니면 절대 안 되겠다!' 이런 프로세스가 가장 이상적인 것인데, 당이 그렇게까지 하겠나. 지금 나가면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고, 나오면 또 '노욕'이니 '정신 못 차렸느니' 이런 비판도 있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그분도 당도 다 마이너스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잠재적 후보군으로 평가받습니다.

서울지역 재선 의원 출신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서울시 사정에 밝다는 게 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임 전 실장 지지자들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임 전 실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 의지 혹은 지지자들 바람과는 무관하게 당내에서 임 전 실장 차출을 얘기하기는 목소리는 희미합니다. 자칫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자극할 수 있고. 스스로 택한 정계 은퇴를 뒤엎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선거 전략을 직접 조율하는 당 핵심 관계자도 "너무 멀리 가버린 얘기 아닌가? 그거까지는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는 않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부산시장, 변성완 추대 vs 김해영 차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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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가운데), 김해영 전 의원

구인난은 부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1일 아예 정계 은퇴를 선언했고, 민주당 부산 지역구 현역의원들(박재호, 전재수, 최인호)도 출마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외에서는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출마 의지를 보인 분이 없으니, 일각에서는 변 전 부시장 추대설이 나온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도 현실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라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소신파' 김해영 전 의원 차출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에게 '변성완 전 시장 추대가 대세론이라고 봐도 되느냐?'라고 물었는데, 그는 "낼 사람이 없어서 누굴 추대한다고 하면 무조건 지는 거다. 김해영 전 의원도 있지 않으냐? 훌륭한 분이다. 시민단체가 주는 최우수상도 많이 받았고, 의원들이 제일 영광스러워하는 백봉신사상(국회의원 중에서 모범적인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상)도 받았다."라며 김 전 의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낮은 승산, 치명적일 수 있는 타격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 거물급 인사가 출마한다고 해도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경쟁자인 국민의힘보다 서울에서는 31만여 표(4.8%p), 부산에도 43만여 표나(20.1%p) 뒤졌습니다. 거기에 상대 후보로 유력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소위 '현역 프리미엄'도 누릴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승산은 낮은 반면 패했을 때 타격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패배 뒤 다른 공직 선거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몽준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정계 핵심에서 멀어졌습니다. 더욱이 지방선거가 대통령 취임일 이후라는 점도 후보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경기지사 선거 후보군, 상대적으로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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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식 의원과 안민석 의원(가운데), 염태영 전 수원시장

구인난을 겪는 서울·부산시장과 달리,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군은 상대적으로 풍성합니다.

현재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당내 주자는 5선 조정식·안민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3명입니다.

경기 남양주에서 국회의원 3선을 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출마를 선언한 3명은 모두 이른바 '이재명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이재명의 가치와 철학, 성과와 업적을 계승해 경기도를 '정치 1번지', '경제 1번지'로 만들겠다."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친이재명계 좌장'으로 소개했습니다. 실제 조 의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는 정성호, 김병욱 의원 등 '친이재명계' 의원 20여 명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조 의원은 이 전 지사의 2018년 경기지사 출마 당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총괄선대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역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이 '이재명의 15년 친구'라고 말했습니다. 안 의원은 "이재명의 철학과 성과를 발전, 계승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이 전 지사 경선캠프에서 총괄특보단장을 지냈습니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염태영 전 시장은 애초 '친이재명계'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이 전 지사와의 인연을 부각하고 나섰습니다. 염 전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함께 당선돼 이 전 지사가 성남시장 8년, 경기지사 4년을 할 때 저는 수원시장 12년을 했다."라며 이 지사와의 인연을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3명이 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당내에서는 "조금 약하다."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경기도는 인구 1,300만 명이 넘는 최대 광역자치단체로, 전임 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경기도 투표자의 50.9%는 이 고문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45.6%에 그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보다 5.3%p 앞선 수치입니다. 이런 곳에서 진다는 것은 말 그대로 치명적입니다.

그런 점을 반영하듯,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 기준은 경기도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체적으로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잘못하면 전남, 광주, 전북, 세종, 제주를 빼고 고립될 수 있다. 그래서 경기도가 더 중요하다. 경기에서 이기면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저쪽(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대표, 김은혜 의원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누가 나오든 결코 쉽지 않다. 경기마저 내준다면…"이라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꺼지지 않는 '김동연 대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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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 절대 질 수 없는, 아니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

그래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이 '김동연 대안론'입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서울시장 혹은 경기지사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서울시장·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지역은) 확정 안 했다."라면서도 "출마 여부와 출마지는 당과 논의해 빨리 결정하겠다. 이번 주를 넘기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경기지사에 도전할 경우, 본선에 진출 시 당선을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당 중진들이 도전장을 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본선 낙선 시 충격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장 경우는 더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 하겠지만, '무혈 추대'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사 지더라도 진영의 공신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우리 당에 와서 어떤 방식으로든 활력소가 돼주길 기대한다. 경선을 거친다면 방식 등을 고민해야겠지만,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판을 흔들고, 언론에 주목도 받고, 그런 이벤트 효과가 생긴다면 전략을 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야당 시절보다 여당 시절 민주당은 더 폐쇄적이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얻은 득표율은 41.05%입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의석수 기준으로는 민주당이 배에 가까운 압승을 거두었지만,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49.9%·미래통합당 41.5%, 차이는 9.4%p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대선과 총선 이후, 민주당은 이 '작은 차이'에 어울릴 법한 관용과 자제, 겸손을 보여줬을까요?

어쩌면 인사에서부터 입법에 이르기까지, '준엄한 촛불 민심'이라며 일방적인 독주를 감행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지지자에게는 '소신'으로 받아들여졌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칫 '아집'으로 보이지는 않았을까요?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이에 대한 성찰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5년, 선진국 대한민국 무엇을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당 시절보다 여당 시절 민주당은 더 폐쇄적이었다. 정당 의석수가 많아지면 힘이 세 보인다. 힘이 셀수록 겸손했어야 했다. 우리가 가진 과제를 더 친절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성에도, 결론적으로 민주당은 끝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정권을 내줬습니다.

"모든 물체는 자신에게 힘이 가해져 현재 상태를 바꾸도록 강요받지 않는 한, 정지 상태로 있거나 직선 방향으로의 등속운동을 계속한다." 뉴턴의 제1운동법칙, 관성의 법칙입니다. 이는 우리 사고와 행동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심리학자 이민규 교수는 "인간은 매우 고집스러운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스로 강한 충격을 주지 않는 한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은 이미 민주당에 힘을 가했습니다. 그것도 매우 강한 힘을, 연이어 두 차례나 가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현 상태에 머물지 말고 바뀌어라."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민주당은 처참한 '3전 3패' vs 극적인 '대반전'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민주당은 과연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오는 6월 1일, 국민이 정답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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