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 남북 교통망 연결 - 한반도 교통개념이 바뀐다 ①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에서 남북 간 교통망 연결이 가지는 정책적 의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남북 도로와 철도 연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 도로 연결 중심축은 경의선과 동해선북한에서 도로는 규모와 역할에 따라 고속도로와 1∽6급 도로로 구분됩니다. 고속도로는 특별히 중요한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 1급도로는 중앙과 도를 연결하는 국가의 주요 간선도로, 2급도로는 도와 도를 연결하는 도로, 3급도로는 도와 군, 군과 군을 연결하는 도로를 말합니다. 4급도로는 군과 리를 연결하는 도로, 5급도로는 리와 리를 연결하는 도로이며, 6급도로는 리 안의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입니다.
고속도로는 100% 포장률, 1급도로는 40% 정도의 포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포장이 돼 있다고 하더라도 도로 상태가 그다지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구나 2급 이하의 도로는 도로 폭이 좁아 차량 2대가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도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통일 이후에는 고속도로를 포함해 전반적인 도로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로 재정비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포장만 개량하는 임시 방안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존 도로 옆에 새로운 도로를 건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 수준의 도로의 질이 보장돼야 도로가 경제성을 갖게 됩니다.
남북 간 도로 연결의 중심축은 경의선과 동해선이 될 것입니다.
전남 목포에서 시작해 전라남북도와 충남, 대전, 경기, 서울을 거쳐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까지 연결돼 있는 국도 1호선은 경의선 연결도로를 통해 개성까지 연결되고 평양-개성 간에는 고속도로와 1급도로가 평양-신의주 간에는 1급도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신의주에서는 중국 단둥과 연결됩니다.
부산에서 시작해 경남과 울산, 경북을 거쳐 강원도 고성까지 연결돼 있는 국도 7호선은 동해선 연결도로를 통해 북한 고성 지역까지 연결됩니다. 고성-원산 간에는 1급도로가 원산-나진 간에도 1급도로가 마련돼 있어 포장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활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진-온성 간에도 도로망이 마련돼 있으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함경북도 지역에서는 중국, 러시아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국도 3호선과 5호선, 31호선과 43호선, 48호선도 북한과 연결이 가능한 남한 도로인데, 남북 간 연결도로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도로를 만들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와 연결되는 북한 지역의 도로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일 초기 승용차 보유 제한 필요할까
통일 뒤 도로 운용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북한 지역에서의 자가용 승용차 보유를 한시적으로 제한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될 경우 개인의 승용차 보유를 제한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독일의 사례를 보면 고민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통일 뒤 구동독 지역에서 일어난 교통 부문의 가장 큰 변화는 승용차 보유율이 급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동독 체제 하에서는 승용차를 구입하려면 몇 년씩 기다려야 했고,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동독 주민들이 꿈꾸던 삶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열린 공간 속에서 동독 주민들은 승용차를 많이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도로 확충 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급속하게 늘어난 승용차로 인한 교통체증으로 동독 재건을 위한 산업차량 이동이 많은 지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지역에서도 초기 승용차보유율이 증가할 경우에 대비해 교통체증을 막을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주요 거점들에 대한 도로 연결이 이뤄진다 해도 도로망을 충분히 확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승용차 보유가 급속히 늘어날 경우 도로정체로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일 초기에는 필요한 물자들이 도로를 통해 원활하게 운송되어야 북한 지역 재건이 가능한데, 도로가 자가용승용차로 가득 찰 경우 북한 지역 재건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불가피하게 북한 주민들의 초기 승용차 보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만약, 북한 주민들의 승용차 보유를 초기에 제한한다면 업무용 차량 판매만 가능하게 하는 방안과, 모두가 차를 살 수 있도록 하되 업무용 이외의 차량 구매에는 높은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경제적인 규제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철도 위주 수송체계 갖춘 북한
다음으로는 남북 간 철도 연결 문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도로보다는 철도 위주로 수송체계가 갖춰져 있는 곳입니다. 2000년 기준으로 여객수송의 60% 화물수송의 90%를 철도가 담당하는 이른바 주철종도(主鐵從道)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철도망이 낭림산맥을 중심으로 동서로 양분돼 있어 동해안축, 서해안축, 동해안축과 서해안축을 연결하는 동서횡단축, 기타 내륙노선으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중국 철도와 연결되는 구간으로 신의주-단둥, 만포-지안, 남양-투먼이, 러시아 철도와 연결되는 구간으로 두만강역-하산이 있습니다. 평양과 베이징, 평양과 모스크바 사이에는 국제열차가 운행 중입니다.
2011년 기준으로 철도 총길이가 5,298km에 이르고 전철화율이 80%에 달하지만 대부분의 노선이 단선이고 시설은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대 말 중국 측이 나진-남양 간 철도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레일이 마모가 심하고 이음 부분이 불량했으며 나무침목 또한 많이 부식돼 있었다고 합니다. 자갈도 고르지 못해 열차의 하중을 받는데 문제가 있었으며, 터널 구간에서 벽 부분의 콘크리트 부식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8년 12월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을 조사했던 우리 조사단도 철도 상황이 좋지 않아 "열차 속도가 시속 30∽50km 정도밖에 나지 않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철도 교량의 경우 일제 강점기의 것을 아직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 철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한데, 철도 재정비는 도로에 비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노후화가 심한 침목 등을 부분적으로 교체해 사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선로를 건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철도의 대부분이 단선인 만큼 기존 철로 옆에 새로이 단선을 건설한 뒤 기존 선로를 보강하거나 교체하면 복선화된 철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간 철도 연결
남북 간 철도 연결은 크게 경의선과 동해선, 경원선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경의선은 복원작업에 따라 남한 문산역에서 북한 개성역까지 선로가 현대적으로 보수된 상태입니다. 2007년 5월 남북이 열차 시험운행을 한 적이 있고,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남한 도라산역과 북한 판문역(개성공단 인근) 사이에 화물열차가 운행했던 적도 있습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는 평부선(평부선이라는 명칭은 평양부터 부산까지 연결하는 철도라는 뜻)이 평양부터 신의주까지는 평의선이 설치돼 있으므로, 통일이 되면 일단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 신의주와 중국 단둥까지 철로로 연결되는 셈입니다.
동해선의 경우 남북 간 복원작업에 따라 남한 제진역에서 북한 금강산역(온정리)까지 철도가 현대식으로 복구됐습니다. 역시 2007년 5월 남북이 열차 시험운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 구간은 금강산역에서 강원도 안변까지는 금강산청년선이, 강원도 안변부터 함경남도 고원까지는 강원선(평강-고원)이 연결되며, 함경남도 고원부터 함경북도 나진까지는 평라선(평양-나진)으로 연결됩니다. 함경북도 나진 북쪽 구간은 함북선을 타고 가다 두만강역을 거쳐 러시아 하산역과 연결되며 이는 TSR로 이어집니다. 남쪽 제진역부터 러시아까지 철로로 연결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동해선은 남쪽 구간 철로가 완비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철로로 북상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남쪽 구간 가운데 철로가 끊어져 있는 영덕-삼척, 강릉-제진 구간은 현재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경원선의 경우 남쪽 구간은 서울 용산에서 백마고지역까지, 북쪽 구간은 평강에서 원산까지 철로가 연결돼 있습니다. 백마고지역부터 평강까지 26.5km만 복원하면 경원선 전 구간이 연결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