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토양서 왜 코로나19 조상이"…中 연구소 기원설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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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첫 발병 사례가 나올 즈음 중국 유전분석 업체에 맡겨졌던 남극 토양 샘플이 코로나19의 초기 형태로 추정되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샘플이 코로나19 등장 이전인 2018년 말∼2019년 초 남극에서 채취된데다 남극에는 코로나19의 숙주가 될 만한 동물이 마땅치 않은 만큼 이는 코로나19가 중국 연구시설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발견이 될 수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헝가리 수의대학과 로랜드대학 연구진은 지난 7일 정식 출간 전 논문을 모아놓는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를 통해 해당 샘플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진은 샘플에서 추출된 유전체 자료를 검사하다가, 2019년 12월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인 중국 셩공(生工) 바이오테크로 보내졌던 이 샘플이 코로나19의 초기 형태로 추정되는 미식별 변이종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변이종은 박쥐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우한에서 처음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사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의 중간 단계로 보이는 돌연변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셩공 바이오테크는 코로나19의 첫 유출지란 의혹을 받아 온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비롯한 중국 연구기관 상당수가 유전체 분석을 의뢰하는 업체라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습니다.

헝가리 연구진은 남극 토양 샘플을 오염시킨 바이러스가 셩공 바이오테크가 맡고 있던 다른 샘플에서 유래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실제, 샘플에선 남극에선 찾아볼 수 없는 동물인 햄스터와 원숭이의 유전 정보가 함께 발견됐습니다.

코로나19 기원을 추적하는 책을 출간한 영국 작가 맷 리들리는 원숭이나 햄스터는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헝가리 연구진이 찾아낸 변이종에 대해 "이 특이한 돌연변이들은 코로나19 조상격 변이종일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누구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존재를 모르고 실험실에서 배양하지 않았던 시점에 (셩공 바이오테크에서) 유전체 분석이 이뤄졌다면 이는 비밀 샘플이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제시 블룸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 센터 연구원도 문제의 샘플에서 발견된 변이종이 코로나19의 특징인 세 가지 돌연변이를 모두 갖고 있다면서 "이 세 돌연변이를 품은 바이러스는 현 코로나19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두 가지 후보군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바이러스들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2019년 12월에 이뤄졌다면,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를 2019년 12월 30일에야 처음 접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해당 샘플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2020년 초에 이뤄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감염자들의 샘플을 받아 연구하던 중 남극 토양 샘플이 오염된 것일 수 있어서입니다.

블룸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이 두 시나리오 간의 간극을 줄일 만한 추가적 정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오염된 샘플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 이뤄진 정확한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논문은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으며, 셩공 바이오테크는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진=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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