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보도

[끝까지판다] 마두라 유전 수익금, 조세 회피처로 샜다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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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석유파동 여파가 거셌던 지난 1981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 동북부 해역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유전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기업과 인도네시아 국영기업이 합작한, 마두라 유전 개발 사업입니다. 하지만 원유 생산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정부는 사업 실패를 선언했고, 2000년대 들어선 그 사업이 거의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저희 취재 결과 2000년대 중반 들어 생산량이 늘면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받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정체 모를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먼저 김수영 기자입니다.

<기자>

마두라 유전 개발에 뛰어든 건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던 최계월이 세운 코데코에너지라는 회사였습니다.

[대한뉴스 (1985년) : (마두라 유전에서) 확인된 가치 매장량은 원유가 2,210만 배럴…]

당시 군사정권은 '성공불융자' 형식으로 5,434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환율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아무리 적게 잡아도 현재 가치로 1,200억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대한뉴스 (1984년) :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에서 우리 기업이 캐낸 원유 43만 배럴이 여수항에 들어왔습니다.]

장밋빛으로 포장됐던 이 사업을 전두환 정권은 치적으로 적극 홍보했습니다.

['마두라송' (정수라 노래) : 석유를 내뿜으며 미소를 지었네. 마두라 마두라 마두라송]

하지만 생산량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고, '국제 사기'라는 오명까지 쓰며 우리 정부는 사업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졌던 마두라 유전,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새 기술, 새 광구가 개발되면서 2000년대 들어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코데코에너지는 연간 수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30년이던 광구 계약기간도 2031년까지 20년 더 연장됐습니다.

누적 적자를 해소해 나가자 정부는 2016년부터 '성공불융자' 원리금 회수에 들어갔습니다.

계약에 따라 매년 광구 순수익의 36%씩입니다.

SBS는 최근 6년 간 코데코에너지의 성공불융자 상환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마두라 유전에 대한 코데코의 지분 10%를 감안하면 1,866만 달러를 갚아야 했는데 안 낸 돈이 1,000만 달러가 넘습니다.

비슷한 기간 코데코에너지의 내부 은행 거래 자료도 확보했습니다.

급여 등 일반적인 지급 외에 '스타라이즈'라는 곳으로 20차례에 걸쳐 총 2,850만 달러, 300억 원 훨씬 넘는 돈이 송금됐습니다.

아프리카 대륙 동부, 인도양에 있는 섬나라 세이셸, 대표적인 조세 회피처에 있는 회사입니다.

[코데코에너지 관계자 : ((스타라이즈에) 2,850만 달러 보냈다는 것, 그것에 대해서만 입장을 말씀해 주시면 안될까요?) 스타라이즈고 뭐고 나는 모르니까 그냥 가세요.]

스타라이즈 정체에 대해 거듭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코데코 측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조수인, 강경림, 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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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정부가 받아야 할 돈이 어디로 새고 있는 건지,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추적해봤습니다. 자칫 외교 문제로도 번질 수 있는 주장들이 얽혀 있는데, 융자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해 왔는지는 의문입니다.

계속해서 정영태 기자입니다.

<기자>

코데코에 대한 성공불융자를 관리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을 통해 확인한 코데코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지난 2011년 광구 계약 기간 연장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고위 인사의 강요로 자신들의 마두라 유전 지분 절반을 스타라이즈에 무상으로 넘겼다는 겁니다.

최소 700억 원 이상 가치로 평가되는 지분입니다.

스타라이즈에 송금한 돈은 넘긴 지분에 대한 일종의 배당이고, 자신들의 보유 지분이 줄었으니 정부에 갚을 돈도 줄었다는 주장입니다.

저희는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가 공개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 즉, 국제 조세 회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 21만여 개를 분석한 자료에서 스타 라이즈라는 회사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세이셸에 만들어진 이 스타 라이즈는 과연 누구의 것인지, 스타 라이즈와 지분으로 연결된 회사와 주주들을 추적했습니다.

다른 페이퍼컴퍼니들을 거쳐 결국 한 사람, E 씨로 수렴된다고 파나마 페이퍼스는 말하고 있습니다.

석유와 가스 등 인도네시아 에너지 업계에서 거물로 통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인물을 추적 보도했던 인도네시아 탐사 매체와 연락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계 고위층과 커넥션이 있고, 지난 2011년 마두라 광구 계약이 종료될 즈음에 코데코의 계약 연장을 위해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마두라 유전 수익금을 사적으로 빼돌린 게 아니라는 코데코 측 주장과 맥이 닿는 언급이기는 한데, 설령 그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문제입니다.

[정부 관계자 : (고위 인사의) 압력으로 지분을 무상 양도했다면 어떻게 보면 뇌물이나 이런 걸로 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검은 돈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산업부는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지분 변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이상의 설명을 꺼렸습니다.

[정부 관계자 : (스타 라이즈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게 있나요?) 말하기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그렇게 입장 정리가 됐고요.]

코데코는 수년간 외부감사에서 '의견거절'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회계 자료가 불투명한데도 정부와 에너지공단은 마두라 광구 수익-비용 자료를 코데코 신고에만 의존했고, 지분 변동에 대한 별도 조사나 현지 실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 (스타 라이즈와 관련해서는) 부정부패나 외교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회계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두라 유전 광구 계약은 아직 10년 남아 있고, 우리 정부가 돌려받아야 할 융자 원리금은 3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영상편집 : 정성훈 , CG : 최재영·엄소민,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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