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간 걸려도 진실 밝혀져"…반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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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 서신 모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3월 탄핵 이후 지지자들이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과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답장을 엮어 오늘(30일) 공개된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 자정을 기해 석방됩니다.

이 책은 제1장 2017년 - 하늘이 무너지던 해, 제2장 2018년 - 끝없는 기다림, 제3장 2019년 - 희망을 보았다, 제4장 2020년 - 그리고, 아직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책에서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언론보도 등 대해 일관 되게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며 탄핵에 대한 억울함을 수차례에 걸쳐 호소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했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도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습니다.

집권 시절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국 혼란을 초래하고 탄핵에 이르게 된 데 대한 사과나 반성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권과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도 눈에 띄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2017년 10월 추가 구속영장 발부의 부당함을 거론해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책 전반에 걸쳐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에 대한 부당함을 강조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며 그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겠다는 뜻도 재차 드러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영수 특검이 제기했던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에 대해 2017년 1월 "엮어도 심하게 엮었다"고 반박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리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만 또 다른 새로운 발걸음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탄핵과 관련한 정치적 명예 회복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탄핵에 찬성했던 한 시민이 '후회한다'는 취지로 보낸 편지에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러한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고 답장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언론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가십거리 위주의 미확인 보도를 무책임하게 보도하고도 단 한 번도 그런 오보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일부 언론들을 보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며 "언젠가 언론도 확인되지 않은 무책임한 보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탄핵 국면에 나돌았던 악성 루머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특히 2016년 일본 와세다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주진우 기자와 방송인 김제동 씨가 '섹스 테이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두 사람에 대담내용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며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고 저질스러운 내용으로 저를 조롱하고 모욕하였지만, 사실이 아니기에 무시했다"며 "그들이 말한 것들이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추악한 행태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식행위'라고 꼬집으면서 수사와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수많은 수모를 감수하면서도 일주일에 4번씩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참아낸 것은 사법부가 진실의 편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이라는 일말의 믿음 때문이었다"며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더 이상 그런 재판부가 진행하는 재판에 참석하는 것이 의미가 없고 구차하다고 생각해서 변호인들에게 저의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에 대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종교가 됐다'는 지지자의 편지에 "세월호가 침몰했던 그 날의 상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지금 다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힘들다. 그날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관저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가 침몰했던 당시의 상황과 관련해 저에 대한 해괴한 루머와 악의적인 모함들이 있었지만 저는 진실의 힘을 믿었기에 침묵하고 있었다"며 "감추려고 한 것도 없고, 감출 이유도 없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떤 것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조국 전 법무장관도 등장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편지를 보낸 한 모 씨는 '조국 청문회, 세상이 너무 어지럽습니다' 제목의 글에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가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씨를 기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윤석열의 이름 석 자는 제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증오의 대상이다. 그런 그가 조국의 처를 기소하다니 무슨 뜻일까"라고 적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답장에서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 가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거짓말이 사람들을, 그것도 일부의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남을 속이려고 들면 들수록 더 깊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버리는 평범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나랏일을 맡을 수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윤 후보와 조 전 장관 가운데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를 정권 유지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담은 편지에는 가수 나훈아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나훈아 씨 공연 소식을 들었다. 특히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노랫말이 담겨 있는 '테스 형'이라는 노래가 국민에게 많은 공감을 주었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탄핵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고 들었다"며 "선동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 생명이 길지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 소식을 전하는 편지에는 "구속 소식을 전해 듣고 안타까웠다"고 적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옥중 서신 답장에서 아버지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과 어머니 고(故) 육영수 여사에 대한 그리움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답장 곳곳에는 "어머니께서 갑자기 흉탄에 돌아가신 것에 충격을 받은 이후 체질이 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그리운 아버지다", "한 달 뒤 아버지 기일이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도 아버지 묘소를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 등 그리움이 드러냈습니다.

또 "제가 겪은 삶의 여정을 파란만장하다고 말씀을 하신 분들이 계셨다. 저 역시도 보통의 평범한 삶과는 다른 삶을 살아왔던 것으로 생각한다. 때로는 평범한 삶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제게 주어진 삶을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살아가겠다는 신념으로 자신을 다지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지지자가 박 전 대통령의 몸무게가 30㎏까지 빠졌다고 들었다며 걱정하자, "그 정도로 몸무게가 빠진 사실은 없다. 아마 누군가 잘못 알고 과장한 소식을 들은 것 같다"고 답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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