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사립대가 '묫자리' 혜택을 선보이며 학교 발전기금 마련을 위해 발 벗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학생 충원율 하락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부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는 18일(오늘) "학교 발전기금 기부자 예우를 위해 경북 군위군에 있는 가톨릭 군위 묘원에 'DCU 공로자 묘역'을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묘역은 500여 기 규모로, 1억 원 이상 기부자 또는 1억 5천만 원 이상 기금을 낸 기부자와 그 배우자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 측은 "발전기금을 낸 기부자가 사망하면 공로자 묘역에 안치된다. 납골묘는 영구 보존 및 관리가 가능하고, 매장묘는 최대 60년까지 보존·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는 묫자리 제공과 함께 기부자 기일에 추모 미사를 봉헌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또 기부자와 기부자의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5억 원 이상 기부자에 대해서는 학교장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5천만 원 이상 기부자에 대해 매년 기일에 추모 미사를 봉헌하는 예우도 신설했습니다. 대구가톨릭대는 다음 달부터 묫자리와 관련한 본격적인 홍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기금 기부자 예우에 정성을 쏟을 것"이라며 "기부자 예우 수준을 더욱 높임으로써 발전기금 모금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이 이처럼 묫자리까지 동원해 기금 마련에 나선 것은 지방 대학들의 열악한 재정 상황과 관련이 있습니다.
지방대는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 구조조정 기금 마련 등 고질적인 문제와 더불어 입학생 충원율까지 나날이 하락하며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여파로 모금 활동은 축소되고 원격수업 도입, 코로나 특별장학금 지급 등 지출은 늘어나면서 지방 대학들의 재정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사립대 기부금은 5,6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688억 원 감소했습니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기부금 모금액이 291억 원 증가한 것과 상반됩니다.
대학들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이처럼 묫자리를 제공하거나 고액 기부자의 흉상을 제작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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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