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관계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석연찮은 해명을 하거나 말 바꾸기를 하면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어제 소환한 김 씨를 오늘 새벽까지 조사하면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의혹,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정관계·법조계 로비 의혹 등 사건 전반에 걸친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검찰이 실체 규명에 힘을 쏟은 대상 중에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의혹이 있습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을 두고 김 씨가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분'이 누군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으나, 지난 9일 정민용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 내용 등을 토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구속)을 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 변호사는 자술서에서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며, 김 씨에게 차명으로 맡겨 놨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을 김 씨 측은 부인했습니다.
김 씨 측은 입장문을 내고 "그와 같은 말(천화동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말)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사실과도 다르다"며 "천화동인 1호는 김 씨 소유로, 그 배당금을 누구와 나눌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 본인은 '그분' 발언을 했던 점을 시인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 새벽에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자리에서 '그분' 발언을 했던 점을 인정한 뒤 "제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구 사업자 갈등은 번지지 못 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김 씨 측의 입장은 또 뒤집혔습니다.
김 씨 변호인은 김 씨가 장시간 조사를 받아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잘못 말했거나,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답변했을 수 있다며 '그분'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정정했습니다.
김 씨는 검찰 조사를 받기에 앞서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허위 사실을 이야기했다며 정황상 납득하기 힘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록에 담긴 자기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처럼 녹취록 안에 있는 발언을 실제 했는지, 허위로 한 말인지 아니면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인지 등을 놓고 김 씨의 입장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해명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낸 김 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대법원 청사를 총 9차례 방문했고, 이 중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습니다.
김 씨는 화천대유 법률 고문을 맡아 논란에 휩싸인 권 전 대법관이 현직이던 시절 그의 집무실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편의상 그렇게 쓰고 실제론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갔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국민의힘 측 서면 질의에 "대법원 출입 담당 직원은 원칙적으로 방문 대상 대법관실에 방문 신청자의 방문 예정 여부를 확인한 뒤 출입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해명한 방식으로는 대법원 청사에 들어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씨가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놓고 말을 바꾸거나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은 점이 자신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합니다.
일관되지 않은 김 씨의 태도에 비추어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말 맞추기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속수사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향후 김 씨를 상대로 추가로 조사해야 할 사안들은 대장동 개발 과정 전반과 실소유주 의혹 외에도 여러 가지입니다.
검찰은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해 화천대유에서 법률 자문을 해 준 것으로 드러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여러 전직 고위 법조계 인사들의 구체적인 역할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