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軍심戰심

[취재파일] KF-21의 최종 관문 '장거리 공대지', "독자개발 어렵다"…돌파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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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첫선을 보인 한국형 전투기 KF-21

지난 4월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가 화려하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출고식에 참석해 "우리 손으로 만든 첨단 초음속 전투기로 세계 8번째 쾌거"라고 치하했습니다. KF-21이 진정한 쾌거가 되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무장, 즉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확보해야 합니다. KF-21 성공의 최종 관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미사일은 KF-21에 장착될 단순한 무기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먼저 보고 멀리 쏘는 4.5세대 전투기의 전투력 그 자체입니다. 전투력 없는 전투기는 그냥 비행기입니다. 양산 초기부터 장착하지 못하면 KF-21의 경쟁력은 없습니다. 분담금을 장기미납해 애태우는 지분 20%의 공동 개발국 인도네시아도 장거리 무장 통합 전망이 불분명하면 완전히 등 돌릴 명분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가공할 미티어로 선정됐습니다. 문제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LIG넥스원과 함께 탐색 개발하고 있는데, ADD 대신 업체가 주도하는 쪽으로 개발 방식이 변경됐습니다. 탐색 개발 넘어 본격 체계 개발에 착수했어도 모자랄 판에 개발 방식 놓고 시간을 끌었습니다.

현재는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업체 주관 개발사업의 타당성, 즉 국내 방산업체가 ADD 도움을 받아 순수하게 장거리 공대지를 독자개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략의 결론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국내 기술로 독자개발하기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입니다.

돈도 풍족하지 않고, 빠듯한 KF-21 양산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은 더 없습니다. 완전한 국산을 고집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사실, 이름 있는 국산 무기 전부는 해외 협력을 통해 개발됐습니다. 가장 좋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적시에 내놓을 수 있는 해외 업체의 도움을 받아 서두르면 KF-21 양산 초기부터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좌고우면 할 여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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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군 F-15K에서 발사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독일 타우러스사는 차기 타우러스를 공동개발할 한국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장거리 공대지 개발 주체의 변경

ADD는 LIG넥스원과 함께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탐색 개발을 합니다. 본격적인 체계 개발의 전 단계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개념을 확립하고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입니다. 탐색 개발에 성공할지 의문입니다. ADD 고위 관계자는 "항공기 발사 순항미사일 개발 능력은 있는데 위성 유도, 군용 GPS, 정확도, 관통력 등은 어려운 과제"라며 "탐색 개발이 성공이냐, 실패냐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방사청은 탐색 개발이 끝나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을 ADD 주관에서 업체 주관으로 전환할 참입니다. ADD는 핵심 기술 개발과 비닉(비공개 비밀)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일반 무기 개발은 민간에 이양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1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9개월간 숱한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방사청은 ADD와 TF를 구성해 10차례 회의를 했고, 업체와도 7차례 회의를 거쳤습니다.

작년 6월 26일 국방장관이 주관하는 무기 관련 최고 의사결정체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의 업체 주관 개발이 의결됐습니다. 공식적으로 정책 결정이 된 것입니다. 이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의 책임은 오롯이 국내 방산업체의 어깨에 놓여졌습니다.

"KIDA, 국내 기술로 개발 어렵다!"

방사청은 KF-21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 업체를 선정하기에 앞서 국내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KIDA에 맡겼습니다. 'KF-21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2차 사업타당성 연구용역'입니다. 지난 2월 시작해 오는 10월 종료됩니다.

현재는 연구용역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방사청, ADD, 업계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대략의 연구 결과는 "국내 기술로 개발하기 어렵다", "개발한다고 해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전력화 지체가 우려된다"입니다. 기존 예산과 업체의 기존 기술로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단독 개발이 어렵고, 업체보다 기술력이 낫다는 ADD가 도와주고 예산을 쏟아부어도 적기 개발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대단히 상식적인 결론입니다.

KF-21 양산 계획은 1차 초도는 2026년~2028년, 2차 후속은 2028년~2032년입니다. 각각 40대, 80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산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11년 남았습니다. 국방과학선진국들도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보통 10년 이상 걸렸으니 우리 방산업체들이 해외 굴지의 방산기업들 수준으로 해낸다 해도 1, 2차 양산분 120대에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단 한 발도 장착하지 못합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실패는 KF-21에 치명적입니다. 코앞 지상 표적만 폭탄으로 때리는 전투기를 구매할 국가는 없기 때문입니다. 대안은 해외 협력입니다. 국내 방산업체들도 벌써 터키의 쏨(SOM), 독일의 타우러스(TAURUS) 등과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터키 쏨은 한화와, 타우러스 역시 몇몇 국내 업체들과 공동개발을 타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산화 비율을 최대화하면서 사거리와 정확도, 관통력 등을 극대화한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공동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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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발사돼 날아가고 있는 터키의 쏨 공대지 미사일. 한화는 쏨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아 한국형 공대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조건

2011년 3월 4일 오후 4시 20분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소속 경비정이 레이더에서 사라졌습니다. 저녁엔 미군 정찰기 RC-7B도 임무수행 중 GPS 기계 작동이 멈춰 회항했습니다. 북한 개성에서 GPS 교란 전기 신호를 쐈고 한미 두 나라 군의 GPS와 레이더가 먹통이 된 것입니다. 재밍(jamming)이라고 부르는 전파 공격입니다. 북한은 2016년 4월에도 며칠 동안 재밍 공격을 감행해 우리 군을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KF-21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성능을 발휘하려면 이와 같은 북한의 고도의 재밍을 회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강화 콘크리트 수미터를 뚫고 폭발하는 관통력도 갖춰야 합니다. 항공기에서 안정적으로 발사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단순한 순항미사일이 아닙니다.

종합하면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적 레이더와 방공망, 재밍을 피해 낮게 날아가 양궁으로 치면 표적의 엑스텐(X-ten) 위치를 때리고 관통한 뒤 폭발해야 합니다. 우리 국방과학이 처음 도전하는 대단히 수준 높은 미사일입니다.

KIDA의 연구용역이 공식 종료되면 KF-21용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개발 청사진이 사실상 확정됩니다. 방사청과 ADD, 합참, 공군, 방산업계는 적합한 해외 파트너를 찾아 조속히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KIDA 연구용역 결과를 혹여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자기 조직에 유리한 사업 방식을 찾을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 할 것입니다. 밥그릇 싸움에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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