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신호' 인지하고도…막을 기회 놓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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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한 특목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1학년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일이 있기 전 자해를 비롯한 위험 신호가 여럿 있었지만, 학교 측은 이를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이 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던 아들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이유를 친구와 선배들에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군 어머니 : 메시지들이 많이 와 있더라고요. 사실은 ○○이가 이래서 힘들었어요, 누구 때문에 힘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종합해서 모아보니까 다 조각이 맞춰지더라고요.]

사소한 오해로 SNS에 아들에 대한 친구의 저격 글이 올라왔고 소문은 사실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고 합니다.

"너무나 힘들어했다", "도움을 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계속 도착했습니다.

[이 군 어머니 : 들릴락 말락 하게 욕을 한다거나, 내가 얘기하고 있는데 와서 그 친구를 데려가 무안하게 하면서 눈물을 글썽했다는 얘기들도 선배들이 해줬거든요.]

더욱 안타까운 건 비극을 막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겁니다.

아들은 괴로움에 자해까지 시도했는데, 교사가 이를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 군 아버지 : 몇 번의 사인이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를 놓치지 않았을 수 있는. 아이의 고통은 동급생들 내지 친구들로부터 시작됐지만, 그걸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어른들의 책임이 그 안에 있거든요. 그중에 한 번이라도 학부모에게 알려줬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죠.]

극단적인 선택 전날에는 담임교사와 아들이 면담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부모에게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 상태를 확인해봤지만, 심리 불안이나 상처 등이 발견되지 않아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강원도 교육청 관계자 : 학교 운영상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다면 그건 감사가 이뤄지겠지만, 일단은 절차가 진행될 다음에 논할 이야기….]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에는 32만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김준희, CG : 장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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