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범죄자 만드는 보이스피싱…제주서만 3년간 1천54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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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두 차례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던 A(57)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거꾸로 보이스피싱 가해자가 됐습니다.

그는 올해 1월까지 약 한 달간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받아 송금해주는 수거책으로 활동했습니다.

23차례에 걸쳐 17명으로부터 4억2천100만 원을 받아 어디에 있는지, 누군지도 모르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했습니다.

그가 받은 수수료는 약 800만 원으로, 전체 송금액의 2% 정도입니다.

인터넷 구직사이트 '고액 알바'에 현혹된 그는 실제로 고액의 알바비를 받긴 했으나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혀 구속됐습니다.

제주법원은 최근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피해자 5명에게 모두 9천400여만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철장 신세도 모자라 알바로 번 돈의 10배 이상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20대 B씨는 지난 3월 보이스피싱 조직에 여러 차례 현금을 대신 인출해 송금하는 중간책으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누군가에게 보낸 "은행 앞에 있다"는 메시지를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에게 발각돼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B씨는 자신이 취업준비생이며, 계좌 대여와 현금 인출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이처럼 제주에서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와 금액은 2018년 505건·55억 원, 2019년 565건·95억 원, 지난해 474건·85억 원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218건에 45억50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대부분은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기존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며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 474건 중 86.6%인 406건(72억4천만원)이 대출을 빙자해 이뤄졌습니다.

이외 수법으로는 자녀를 사칭해 휴대전화 해킹 앱을 설치하도록 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60대 C씨는 '아빠! 휴대폰이 깨져 수리 맡겨서 이 번호로 연락해!'란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C씨는 자녀가 보낸 메시지인 줄 알고 답장을 보냈고, 이후 '아빠 휴대전화를 잠깐 빌리려는데, 본인인증에 필요한 앱을 깔아 인증해야 한다'고 하자 해당 앱을 설치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앱으로 C씨 휴대전화를 해킹해 C씨가 어디에 전화를 걸던 본인들과 연결되도록 해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은행 지점장까지 사칭하며 C씨를 속이고 현금 6천900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여기에 "자녀를 납치했다. 곧바로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자녀를 살해하겠다", "본인 명의 은행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는 수법도 여전히 횡행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을 받는 방식은 지난해 말부터 '계좌 이체형'이 감소하는 대신 '대면 편취 형'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계좌를 이용한 송금·이체 행위만 전기통신금융사기로 규정해 계좌를 동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돈을 송금했더라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다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고, 범행은 수포가 되게 됩니다.

반면 대면 편취는 송금이나 이체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범행계좌를 동결할 법적 근거가 없게 됩니다.

사실상 법·제도에 사각지대가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단속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4월 26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보이스피싱 집중 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 26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보이스피싱 피의자 44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피해금 2억400만 원을 압수하고 5천900만 원을 피해자에게 돌려 줬습니다.

경찰은 나머지 금액도 이른 시일 내 환수 조치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수사·형사 간 협조를 바탕으로 계좌 분석뿐 아니라 초동수사나 추적·탐문수사와 같은 현장 수사 역량을 강화해 범인 검거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는 예방이 최선으로 항상 경각심을 갖고 수상한 전화나 미심쩍은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해 달라"며 "특히 저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며 금융기관 관계자를 만나 돈을 전달하라고 하는 경우 100% 사기이니 절대 속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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