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병역 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석현준(30·트루아)이 4년 전부터 해외 체류 연장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어제 석현준이 경인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국외 여행기간 연장 허가 거부 처분 취소 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내렸습니다.
자신의 국외 여행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병무청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지난해 6월 법원에 소장을 냈지만, 1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병역 이행 대상자의 국외 여행 허가제도는 '일반 국외 여행(연장) 허가'와 '국외 이주 사유 허가' 등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유학, 해외 취업 등을 목적으로 일반 허가를 받으면 통상 만 27세까지 해외에 체류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국외 이주 사유로 인한 연장 허가는 본인이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같이 거주하는 경우 등에 한해 최대 만 37세까지 해외에 체류할 수 있습니다.
현역병 입영 등 징집 및 소집 의무가 면제되는 나이가 만 38세이므로, 일반 허가에 비해 인정 요건이 훨씬 더 까다롭고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1년생인 석현준도 처음엔 '일반 허가'를 받고 해외에서 체류했습니다.
그러다 만 26세이던 2017년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병무청에 국외 이주 사유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됐습니다.
석현준 본인은 영주권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만큼 체류 기한이 끝나는 만 27세(2018년)가 되기 전 미리 연장 허가를 받아놓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석현준은 병무청 결정에 불복해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지난해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마저도 패소한 것입니다.
석현준의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석현준은 국외 여행기간 연장 허가가 불허된 상태에서 2019년 초 '입영을 위한 가사 정리'를 사유로 들어 병무청으로부터 한시적으로 체류 연장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입영 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할 수 있도록 3개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국외 여행을 허용·연장해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석현준은 특별 허용기간이 끝나는 그해 3월 말까지도 귀국하지 않아 4월 1일부로 '국외 불법 체재자'가 됐습니다.
이에 병무청은 석현준을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으며, 지난해 공개된 '2019년 병역 기피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석현준은 귀국시 관련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며, 이와 별개로 병역 의무도 이행해야 합니다.
다만 현행법상 병역 기피자를 강제로 귀국하게 할 방법은 없어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다시금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석현준은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저니맨'입니다.
체격과 힘을 갖춘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2011년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서 프로로 데뷔했으나, 이후 좀처럼 한 팀에 자리 잡지 못하고 임대와 이적으로 14번이나 팀을 옮겼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10년 가까이 한 번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유럽과 터키, 중동에서만 프로 경력을 이어왔습니다.
A대표팀에서는 15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11월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 뒤에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습니다.
그는 2016 리우올림픽에도 출전해 조별리그에서 3골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