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귀국한 90대 할머니가 위중한 상태에 놓였으나 코로나19 격리기간이라는 이유로 치료해 줄 병원을 찾지 못해 자녀들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오늘(3일) A(96)씨 자녀들에 따르면 A씨는 미국 뉴욕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큰아들(68)이 보름 전 갑작스럽게 숨져 지난달 28일 귀국했습니다.
자녀들은 미국에서는 A씨를 돌봐줄 가족이 마땅치 않게 되자 코로나19로 엄중한 상황이지만, 고령인 어머니를 고국에 모시기로 했습니다.
가벼운 치매를 앓고 있는 A씨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24년 만에 둘째 아들과 딸이 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A씨는 귀국 후 딸이 사는 충남 아산에 여장을 풀고 다음 날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방역수칙대로 딸과 함께 2주간 격리 생활을 시작한 할머니는 어제 오전 갑자기 눈을 뜨지 못하는 등 기력을 잃고 몸져누웠습니다.
워낙 고령이어서 장거리 비행으로 몸에 무리가 온 듯했습니다.
이에 가족들은 급히 119 구조대에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아들 심 모(66) 씨는 "집에 도착한 119 구조대는 어느 병원으로 후송할까 알아보다가 격리기간 중이라 병실 등의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자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아산은 물론 인접한 천안 대학병원과 경기도 평택지역 등 5개 병원 모두로부터 "격리 치료할 병실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또 다른 병원에서는 영양제라도 맞기를 원하면 병실 밖 컨테이너에서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현재 할머니는 의식은 찾았지만, 방안에 누워서 겨우 물만 마실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입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격리 후 치료할 병실이 없어 도저히 할머니를 입원시킬 수 없었고, 가족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아산시보건소 관계자는 "서울 등 다른 병원이라도 알아보겠다고 했는데, 가족들이 너무 멀다며 타지역 병원 소개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가족 측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