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영국군 방화 후 206년 만…미국 의회 '유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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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의회 유린사태는 역사에 기록될 전망입니다.

친트럼프 시위대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의회를 전쟁터로 만들었습니다.

6일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를 위해 모인 의원들은 피신하거나 달아났고 시위대는 보안을 위해 투입된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사상자까지 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미국 의회가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하던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AFP, AP통신 등은 상황 전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해 갈등이 폭력으로까지 악화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 엘립스 공원에서 6일 오전 11시쯤 열린 연설에서 시위대에 "(대선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선결과 인증을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가 우리를 위해 일을 해내야 할 것"이라며 "못해낸다면 우리나라에 몹시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는 '구국의 행진' 과정에 자신도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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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대선불복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저항을 촉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펜스 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공개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그는 "헌법의 제약 때문에 어느 선거인단의 표를 집계하고 어느 선거인단의 표는 집계하지 않을지 결정할 일방적 권한이 나에게 있지 않다"고 선언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인증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것은 헌법학자들의 지배적 견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충성심에 기대어 그가 이번에 무리수를 둬주기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이 오후 1시 합동회의를 개시한 직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에서 연설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 의사당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당 안에서는 먼저 애리조나주 선거인단 투표에 대한 이의제기 때문에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그때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친트럼프 시위대가 의사당 밖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의회 사무실 건물에서 인력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조금 뒤 시위대 일부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에 쳐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깃발을 소지한 시위대는 "트럼프가 대선 이겼다", "의원들 어디 있어?"라는 말을 하며 위협적인 행보를 지속했습니다.

의회 보안을 맡은 경찰은 회의장 문 앞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시위대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겁을 먹은 의원들은 의자 밑으로 피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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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 시위대 난입에 긴급대피하는 의원들

시위대는 회의장 창문을 부수었고 일부는 기도문을 암송했습니다.

워싱턴DC 시장은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폭도가 돼버린 시위대에게 "평화롭게 있으라"고 트위터로 주문했습니다.

몇분 뒤에 의사당 내부에서 여성 한명이 총에 맞았다는 보도가 전해졌고 그 여성은 몇시간 뒤에 숨졌습니다.

이후 워싱턴CD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총에 맞은 이 여성 외에 3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6일 폭력 사태로 무려 4명의 사망자까지 나온 것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당장 폭력을 그만두라"고 시위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미국 의원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의회가 유린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하며 사태를 주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강하게 규탄하지 않자 바이든 당선인이 방송에 등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정상적인 시위가 아닌 '내란'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전국 방송에 나와 의사당 점령을 해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명예 실추를 우려한 듯 "이것은 진짜 미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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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내란'으로 규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이 대피한 지 90분 정도가 흐른 뒤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시위대에 "귀가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계속 주장했으며 난동을 부린 시위대에 "사랑한다"며 두둔까지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고통을 나는 안다"며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렇지만 이제 귀가해야 한다"며 "평화, 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사이 언론에서는 시위대의 회의장 침입, 하원의장실 점거, 셀피 촬영, 기념품 절도 등을 담은 사진이 보도됐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폭력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게시물을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위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주방위군의 지원을 받아 의사당에 투입됐습니다.

진압대원들은 최루가스를 더 많이 뿌리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몰아냈습니다.

워싱턴DC에는 오후 6시부터 야간 통금령이 내려졌으나 시위대 수천 명이 여전히 의사당 근처에 남아있었습니다.

미국 의회 보안당국은 의사당이 습격을 받은 지 4시간 정도 만에 안전한 상태로 회복됐다고 밝혔습니다.

상·하원 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대선결과 인증을 위한 합동회의를 재개했습니다.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수치스럽다"며 "그 때문에 선거결과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선결과 인증에 반대하던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폭력사태를 계기로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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