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해임된 검사장이 말하는 정의…"올바른 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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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을 뜻하는지, 정의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정의가 어떻게 번성하고 소멸하는지를 늘 고민했다. 정의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올바른 이유를 위해 하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스타 검사인 프리트 바라라(52) 전 뉴욕남부지검장은 최근 번역 출간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흐름출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월가의 저승사자', '부패 척결의 선봉장' 등으로 불리는 그는 큰 사건을 거침없이 수사한 칼잡이로 통합니다.

맨해튼 월가의 내부자 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재판에 넘겨 67명의 유죄를 끌어내면서 2012년 미국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또 씨티그룹 등 4개 대형 은행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는 등 미국 연방검사 중 강골로 알려져 있습니다.

17명의 유명 정치인을 기소할 때는 그중 10명이 자신을 검사장으로 임명한 민주당 정치인이었을 정도로 초당적인 법 집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협력 제안에 대해 검사의 중립성을 이유로 피하다 해임된 일은 유명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인 2016년 11월 그를 유임하기로 약속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라는 이유로 2017년 3월 해임했습니다.

바라라 전 지검장은 책에서 "법치 지배, 적법절차, 무죄추정과 같은 표현 및 개념은 요즘 시대에 기본원칙보다는 정치슬로건에 쓰이는 듯하다"며 "누가 정치적으로 적이냐 동지냐에 따라 정의의 개념도 달라진다"고 짚었습니다.

현재 미국 사회가 경쟁자를 악마로 만들고, 비판자들을 설득하기보다 때려눕히는 것을 선호한다며 진실과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쟁 상대는 적이 아니고, 법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며 "현재 다수의 미국인은 공정한 절차를 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신이 일한 뉴욕남부지검은 미국 법무부 산하 93개 연방 검찰청 가운데 독립성이 두드러진다며, 검찰의 수사 내용을 두고 비판도 있었지만 늘 정의에 부합하는지 고민하며 사건에 임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바라라 전 지검장은 2015년 겨울, 뉴욕주 최고위급 정치인 3명 중 2명에 대한 부정부패 혐의 수사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뉴욕주 하원의장인 민주당의 셸던 실버와 뉴욕주 상원 원내대표인 공화당의 딘 스켈로스에 대한 수사였습니다.

그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지검장이 화낼까 봐 걱정이다"라는 한 수사팀 검사의 생각을 전해 듣고 전체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정치권이나 언론, 대중의 압박 이외에 내부에서 받는 압박도 위험하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뉴욕주와 미국의 고위공직자를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법 위에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결과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고, 나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수사팀은 2명의 정치인을 모두 기소했고, 이들은 재판을 거쳐 유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바라라 전 지검장은 "공직자로서의 성실한 임무수행 맹세를 어겼고, 유권자를 배신했다. 터럭만큼도 두둔할 가치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뉴욕시경 소속 경찰관, 리커스아일랜드 교도관, 미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 요원 등도 기소했습니다.

주로 권력자들을 기소한 탓에 뉴욕남부지검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심한 역풍을 맞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국제 불법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를 기소해 러시아 입국을 금지당했고, 이란의 금 거래상 레자 자라브를 기소한 탓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비난을 들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에게 자신의 해고를 부탁했던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응과 관련해 "황당하다"며 "어느 국가의 대통령이든 국가를 이끄는 자들이 검사 공격에 가담하고, 독설을 내뱉고, 정의를 추구하는 자들을 악마로 몰아붙이면, 정의는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합니다.

권력과 특권이 있다고 해서 책임과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바라라 전 지검장은 "중요한 임무를 위해 대중의 비판뿐 아니라 법정 안팎에서 자행되는 개인적인 공격, 위협, 살인 협박 등을 견딘다"며 "나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그 누구도 두려움 때문에 부유층을 법정에 세우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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