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달 자기장이 태양으로부터 고대 지구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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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거대한 자기장이 방패처럼 둘러싸고 있어 태양풍의 유해 입자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자기장은 지구의 고체 핵(core)을 둘러싸고 있는 외핵의 쇳물이 지구 형성 당시의 열로 빠르게 돌면서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의 열이 식어 자기장을 더는 못 만들게 되면 대기가 태양풍에 그대로 노출돼 지탱할 수 없게 되고 생명체도 살 수 없게 됩니다.

달이 현재 그런 상태인데 약 40억 년 전에는 강력한 자기장을 갖고 태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수석과학자 짐 그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약 40억 년 전 지구와 달의 자기장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얻은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NASA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Sciencealert) 등에 따르면 태양계 형성 초기 지구와 달의 상황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달은 지구가 형성되고 1억 년이 채 안 된 약 45억 년 전에 화성 크기의 행성인 '테이아'가 충돌하면서 나온 파편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습니다.

이때 지구와 달은 약 13만㎞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지구의 하루는 5시간밖에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돌았지만 이후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매년 3.82㎝씩 멀어져 현재의 38만4천㎞에 이르게 됐습니다.

달의 이런 이탈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대 암석에는 형성될 때의 자기장 방향과 세기 등이 기록돼 있는데, 약 40억 년 전 지구의 자기장은 현재의 절반밖에 안 됐던 것으로 분석돼 있습니다.

달은 지구처럼 내부에 철이 녹은 유체 핵을 가져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10억~25억 년 전 쯤 핵이 식어 고체가 되면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약 40억 년 전에 자기장의 세기가 절정에 달해 지구보다 더 강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연구팀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는 지구와 달의 자기장이 41억 년 전부터 극끼리 서로 연결돼 35억 년 전까지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지구는 유년기였던 태양의 잦은 폭발에서 쏟아내는 태양풍의 유해 입자에 노출돼 있었는데 "달의 자기장이 지구의 대기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단단한 보호 장벽을 제공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자기장이 사라지면 태양풍의 전기를 띤 하전 입자가 주변에 전기장을 만들고 이는 원자의 이온화를 가속해 대기를 빠져나가게 합니다.

이런 과정은 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화성에서도 아직 진행 중입니다.

연구팀은 달이 태양의 유해 입자로부터 초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면 우리 은하 내 위성을 가진 다른 암석형 외계행성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컴퓨터 모델을 통해 나온 것이라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월석 샘플을 확보하면 이를 분석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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